[사설] 北 코로나19 상황 심상찮은 듯… 방역 협력 수용하라

입력 2020-07-28 04:02
방역 당국이 최근 월북한 20대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없고, 접촉자로 분류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와 접촉한 2명도 진단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당국 발표대로라면 현재로선 탈북민에 대해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개연성이 높다. 그럼에도 북한은 26일 그가 개성에 왔다는 이유를 내세워 개성을 봉쇄하고 수뇌부 긴급회의를 통해 코로나 방역체계를 최고 비상 단계로 전환했다. 27일에는 수뇌부 결정 내용을 반드시 관철시키자는 노동신문 사설도 게재했다. 북측이 요란스럽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내부 동요 등을 막기 위해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이거나, 실제 방역에 있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청정국’을 자처해온 북한이 외부에 먼저 방역의 어려움을 공개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도 코로나 상황이나 주민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의도가 뭔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측에 코로나 방역을 위한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어쩌면 진단키트가 미비해 탈북민 확진 여부조차 빨리 판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남북 간 방역 협력이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 국경을 접한 북한에서 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남측에도 좋을 게 하나 없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7일 취임한 만큼 방역 협력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측도 방역 문제는 초국가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남측의 제안을 속히 수용하기 바란다.

방역 협력 문제와 별개로 월북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과 군의 허술한 대응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월북 전에 이미 경찰에 탈북민의 이상한 동태와 범죄 행위가 신고됐는데도 경찰은 체포에 실패했다. 또 2중, 3중의 감시망이 있는 접경지대를 통해 월북이 이뤄지고, 북측이 공개하기 전까지 군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