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 ‘원더골’·해병대… 손흥민의 다사다난했던 ‘월클’ 시즌

입력 2020-07-28 04:01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를 마친 뒤 조세 무리뉴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토트넘은 최종 전적 16승 11무 11패를 기록하고 리그를 6위로 완주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EPA연합뉴스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크리스털 팰리스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38라운드 경기. 이날도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은 후반 34분 교체돼 나오며 다소 고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손흥민으로선 그만큼 다사다난했던 시즌이었다. 10골-10도움 고지에 오르는 맹활약과 함께 팀 부진 및 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그 중단, 해병대 입소와 같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월드 클래스’로 우뚝 선 손흥민

손흥민의 올 시즌 활약은 ‘월드클래스’급이었다. 개인 한 시즌 리그 최다 공격포인트(21개·11골 10도움)와 공식전 최다 공격포인트(30개·18골 12도움) 기록을 다시 썼다. EPL에서 10골-10도움을 넘은 건 아시아 선수 최초다. 통산 50골 이상 득점(53골)한 것도 마찬가지의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차범근(67) 전 감독의 유럽 통산 최다 골(121골)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츠르베네 즈베즈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으면서다. 이후에도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이 기록을 134골까지 올려놨다.

시즌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12월 번리전서 선보인 70m 드리블 돌파 골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진영에서 볼을 잡아 상대 수비 5~6명을 모두 제치고 환상적인 득점에 성공했다. 리오넬 메시를 떠올리게 한 이 골은 영국 BBC가 진행한 팬 투표 결과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장면 8위에 올랐다.

호평도 뒤따랐다. 토트넘 자체 시상식에서 손흥민은 4관왕(올해의 선수·올해의 골·주니어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서포터즈가 뽑은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상에선 역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순위(22위)를 기록했다.

우여곡절에도 ‘유종의 미’

손흥민의 활약에도 팀은 부진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토트넘은 올 시즌 초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손흥민과 함께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까지 경질됐다. 손흥민도 구설에 시달렸다. 안드레 고메스(에버턴) 발목 골절상의 빌미를 제공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안토니오 뤼디거(첼시)에 발길질해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한 시즌 2번의 퇴장은 손흥민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토트넘 바깥에서도 다사다난했다. 지난 10월 29년 만의 국가대표팀 평양 원정은 초유의 ‘무관중·무중계’ 경기로 치러졌다. 식자재가 압류되고 호텔에 감금되다시피한 악조건을 겪은 뒤 인조잔디 경기장에선 욕설과 몸싸움을 앞세운 북한 선수들의 거센 견제를 견뎌야 했다.

2월 아스톤 빌라전에선 멀티골을 넣었지만 팔 골절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됐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EPL까지 중단됐다. 리그가 중단되자 손흥민은 해병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생 157명 중 성적 1위를 기록해 ‘필승 상’을 받은 사실이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소셜 미디어에 군복 입은 사진이 게시되자 전 세계 유명 축구 선수들이 앞 다퉈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도 금세 녹아들었다. 과거 공격 지향적으로만 움직였던 손흥민은 공격 템포를 조절하고 볼을 좌우로 전환시키며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만능’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손흥민의 활약에 토트넘도 마지막 경기에서 UEFA 유로파리그 진출이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