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이제 실질적으로 필요해졌다.”
김동원(사진) 전북대 총장은 지난 24일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거점국립대들의 연합체계 논의에 착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다음 달 9일쯤 타 대학 총장들과 관련 회의를 열어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전국 9개교(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가 비교우위 분야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이런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론에도 교수사회와 대학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큰 진전은 없었다.
김 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논의 진전의 마중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초기 대구·경북에 확진자가 많이 나올 때 전북대 다니는 대구·경북 학생들을 어떻게 할지 논란이 컸다. (당시 통합 네트워크가 구축됐다면) 경북대에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강의 중심으로 한 학기를 보냈는데 공간적 장벽 극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통합은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김 총장은 “전북대만 해도 교수가 1000명이 넘는다. 매 학기 1만개 강좌가 나온다. 대학 9곳이 통합해 규모가 커지면 가격은 낮아진다”며 “절약된 비용은 서비스 질을 더 높이는 데 재투자한다. 서비스 공급자(거점국립대)들이 고품질 서비스를 고민할 수밖에 없어진다”고 말했다. 연구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북대는 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2020 라이덴랭킹’에서 거점 국립대 1위를 차지했고, 영국의 ‘2020 THE 세계대학 영향력 순위’에서도 국내 공동 5위에 올랐고 세계 랭킹은 200위권에 올랐다. 다른 대학들과 협력을 강화하면 연구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네트워크는 3단계로 추진된다고 소개했다. 1단계는 공동·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원을 공유한다. 2단계는 공동 학위제다. 학부 등 실현이 가능한 단위부터 공동 입시 제도를 도입한다. 3단계가 연합대학체제와 대학별 특성화다. 김 총장은 “(다음 달 초 회의에서) 공동으로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구축을 제안할 계획이다. 총장들이 모이기 전에 초안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북대는 국립대 중 최초로 등록금 환불(코로나19 특별장학금) 결정을 내렸다. 올해 1학기 학생들이 실제 납부한 금액의 10%를 돌려주기로 했다. 전북대 결정 후 다른 국립대들도 비슷한 내용으로 환불 결정을 하고 있다. 김 총장은 “평소 학생들과 스킨십을 한 것이 이번에 특별장학금 논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딱딱하게 협상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학생의 애로사항을 듣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원만하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주=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