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어르신 전도… “일단 헌금 받지 마세요”

입력 2020-07-29 00:07
하이미션 대표 윤인규 목사가 27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이 단체 마당에서 설립 배경과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부천 복있는교회 교인들과 실버전도를 나가기 전 기념사진.

“예나 지금이나 전도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어르신 전도는 더욱 어렵습니다. 어르신과의 소통이 쉽지 않고 고집이나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노인 전도 전문기관인 하이미션 대표 윤인규(어부침례교회 원로·사진) 목사의 말이다. 윤 목사는 어르신 전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실버목회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27일 경기도 양평 하이미션 마당에서 만난 그는 “목회자로서 이 땅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불신자 어르신들을 그냥 지옥에 가게 할 수는 없었다”며 “어르신은 가장 전도가 시급한 영혼”이라고 강조했다.

윤 목사가 실버사역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교회 부설 ‘나눔뱅크’를 운영할 때다.

‘나눔의 쌀 단지’를 교회 한구석에 놓아뒀다. 아무나 쌀을 부으면 필요한 사람이 퍼 가도록 한 쌀 단지다. 쌀을 가져가는 이들은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자연스레 어르신들과 친해졌다. 따뜻한 차와 과일을 대접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어떤 어르신은 끝내 복음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어르신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도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새로운 실버전도방법의 지혜를 주셨고 ‘실버처치’(silver church)를 시작했다.

2011년 8월 서울 강동구 어부침례교회에서 어르신 20명과 실버처치 첫 예배를 드렸다. 5개월 만에 100명이 넘었고 1년 뒤 200여명이 참석하는 노인예배로 성장했다.

그는 2013년 조기 은퇴하고 실버전도 원리를 전국교회에 소개하기로 했다. 관련 세미나를 잇달아 개최했다.

강의를 들은 목회자 중에서 실버처치를 하고자 하는 교회는 ‘현장 전도 지원신청’을 받아 방문 일정을 잡는다. 신청교회를 찾아 실버전도의 원리와 방법을 비롯한 시범을 보이면서 지도한다.

이렇게 약 2~3일 전도하고 그 주간에 바로 첫 실버예배를 드린다. 전도는 2~3일밖에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교회를 찾는다.

교회에서 차를 동원해 모셔오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은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고 있다.

윤 목사는 그동안 ‘실버처치 전국순회 세미나’를 21회 실시했다. 그 외 크고 작은 세미나를 수시로 진행했다. 참석한 목회자와 중직자의 수는 약 3000명에 이른다.

현재 실버처치 교회는 약 600곳에 이른다. 전국교회를 직접 찾아 현장 전도를 지원한 결과이다. 참석인원은 보통 50명 전후, 100~200명 교회도 적지 않다. 전도가 힘든 시대에 절대 적지 않는 숫자이다.

실버처치가 잘 정착된 교회는 어르신을 잘 섬기는 교회로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그 때문에 어르신 외의 전도도 잘되는 사례가 많다. 실버처치를 진행 중인 교회의 목회자들은 고령화 시대에 실버처치를 하게 돼 기쁘고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어떻게 어르신 전도를 하길래 이렇게 부흥이 되는 것일까.

그는 “대부분 교회에 다니지 않는 어르신은 애당초 교회를 다니지 않기로 작정하신 분이다. 이런 분에게 음식을 사드리고, 선물 제공만으로 전도하기 어렵다. 심지어 효도 관광을 해드려도 고맙게 생각하지만 교회는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는 “먼저 어르신이 교회에 나오기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르신들이 교회를 나가기 싫어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저는 ‘부담’이라 표현합니다. 어르신들이 교회를 왜 가기 싫어할까요? 마음에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담인가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헌금’이고 다른 하나는 ‘주일 출석’입니다. 대체로 이 두 가지의 부담 때문에 마음의 문을 철저히 닫고 교회 근처도 가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윤 목사가 밝힌 어르신 전도방법은 △헌금을 받지 않는다 △평일(주로 토요일) 초청한다 △예배와 양육에 승부를 건다 △이름 주소 등 신상파악을 하지 않는다 △어르신이 예수 믿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간단한 다과를 대접한다 △식사 대신 쌀이나 라면을 드린다 등이다.

‘예배와 양육에 승부를 건다는 것’과 관련 윤 목사는 “실버처치는 헌금을 받지 않고 주일날 모이지 않는 대신 예배를 철저히 드린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어르신 교회인 것이다. 교회 등록을 서두르기보다 영혼 구원을 앞세우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결국 실버처치는 어르신을 예수 믿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기만 하면 언제 떠나도 천국 갈 수 있다. 예수님을 진심으로 영접하면 주일날 나오시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주일성수를 하게 된다”고 했다.

하이미션은 이런 공로로 지난 6일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미션어워드’ 상을 받았다. 그는 “큰 상을 받았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어르신 전도와 영혼 구원, 관련 연구에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윤 목사는 수도침례신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실버처치 세미나, 사랑전도 세미나, 성경대로목회하기 세미나, 가나안정복목회시스템 세미나, 은퇴 후 목회 세미나 등의 주 강사이자 ‘실버 부흥사’로 활동하고 있다. 핵심말씀, 사랑전도, 은퇴 후 목회, 목회왕도의 길, 성경대로 목회하기, 나는 정말 구원의 확신이 있는가, 실버처치, 실버가나안정복, 실버전도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양평=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