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이후의 지방자치분권

입력 2020-07-28 04:02

어느덧 대한민국에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야말로 코로나 사태가 모든 이슈를 다 잡아 삼켜버린 시국이다. 코로나로 시작된 새벽 뉴스를 듣고 코로나 마감뉴스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혹자는 코로나 이전의 삶이 과연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스크 없는 삶이 과연 존재했던가 싶을 정도로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모든 국민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이 사태가 끝날 것이라는 데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돌이켜보면 지방자치가 재도입된 1991년 이후 지자체의 행보가 이만큼 정국의 중심이 된 적이 있었나 싶다. 코로나 상황에서 시민들은 국가보다는 내가 사는 지역이 더 중요하고, 대통령이나 중앙 공무원들의 입보다는 지자체장, 지방 공무원들의 조치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자연스럽게 지자체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장 먼저 시행한 서울시,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한 경남도,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든 고양시, 착한 임대인운동을 펼친 전주시 등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선례들이다.

코로나는 특정 지자체장의 정치적 희비를 엇갈리게도 했다. 과감한 행정 조치와 발 빠른 선제 조치를 통해 단숨에 대선 경쟁 구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지자체장이 있는가 하면 정부 탓, 일부 시민 탓 등으로 돌리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지자체장도 있다. 이제 코로나는 그 극복의 과정을 통해 지방자치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최고도로 민감한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코로나 극복의 과정을 통해 지방자치는 어떠한 형태로 변화할까? 코로나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논의를 잠시 멈추게 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내 지방분권과 관련된 논의는 개헌과 맞물려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7년 서울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마련한 지방분권 7대 과제, 2018년 2월 전현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의회법 제정안,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지방분권 개헌안, 2019년 정부 발의에 의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등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사라졌지만 21대 국회에서 또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치분권에 대한 논의는 더이상 정치권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실생활에서의 체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코로나 위기 하에서 시민들은 대통령, 국회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여론도 형성됐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이제는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한기영 서울시의원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