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리더십 필요”-“큰 선거 감당할 것”-“시대를 교체하자”

입력 2020-07-27 04:03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왼쪽부터)이 26일 강원도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 레이스가 주말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 궤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당대회는 사상 초유의 ‘온택트’(언택트+온라인) 콘셉트로 치러진다. 후보자들은 합동연설에서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권에 도전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기호순)는 각자 특장점을 들어 자신이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룰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강원도 춘천 세종호텔에서 26일 오후 열린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강원 순회 합동연설회는 대의원 70여명만 입장이 허용돼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행사 시작 전에는 “대화를 최대한 자제하라”는 안내도 나왔다.

그러나 연설회장 안팎 유세 열기와 신경전은 뜨거웠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의 계속되는 사진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돕고 있는 설훈 최고위원을 만나 “살살 해요”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박 후보는 연설 직전 연설회장을 돌며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후보는 각종 국가적 위기에 대처했던 경험으로 쌓은 ‘위기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 문재인정부가 위기다. 위기의 리더십이 필요해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1월까지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재난에 안정적으로 대처했고, 총리 임기 후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으로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노력했다”며 “그런 경험을 살려 이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민주당을 더 두텁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쇄신하고, 일을 하면 반드시 성과를 내는 유능한 정당으로 키우겠다”며 “약자의 아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감수성 높은 정당으로 발전시키고 시대 변화를 미리 알고 준비하는 미래정당으로 변모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연설 막바지에 “모든 것을 불태워 불꽃처럼 일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 큰 호응을 이끌었다.

김 후보는 “태풍이 오는데 선장이 ‘나 여기까지만 할래’라고 하면 안 된다”며 ‘책임 선장론’을 내세웠다. 이 후보가 당권을 잡은 뒤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9일 이전 사퇴해야 하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김 후보는 “내년 4월 재보선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게 되면 11개월 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3개월 후 지방선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임기를 확실히 채우고 네 차례의 큰 정치적 과제(선거)를 감당할 김부겸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험지 대구를 포함, 다수의 선거 경험을 들었다. 그는 “지역주의와 맞섰던 노무현 대통령을 흉내내기 위해 대구로 왔다. 힘들었지만 벽을 넘어봤다”며 “선거에는 자신 있다. 영남에서 당 지지율을 10% 더 끌어올려 300만표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40대인 박 후보는 ‘젊음’을 무기로 내세웠다. 그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당, 소통하는 정당을 만드는 일에 젊음이 약점이 되나. 연륜만이 정답인가”라며 “세대를 교체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시대를 교체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뉴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점을 사례로 들며 “전환의 시대를 열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춘천=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