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27)씨는 코로나19로 ‘확찐자’(코로나19로 체중이 증가한 사람)가 된 후 최근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씨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될 때 운동을 못했더니 체중이 좀 늘었다”며 “퇴근 후 1~2시간씩 헬스를 했더니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져 요샌 단백질 제품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과 체력 관리에 관한 소비가 늘고 관련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덤벨경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저녁의 삶을 찾는 직장인들이 운동 등 자기관리를 시작하며 조금씩 번져나갔던 덤벨경제는 코로나19로 건강관리가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자 탄력을 받으며 더욱 확대됐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할 때 입던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고, 중장년층이 단백질 보충을 위해 먹던 단백질 제품은 운동효과를 높이고 싶은 2030세대에서도 널리 소비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워라밸 및 집콕으로 인한 운동, 자기관리 트렌드 확산으로 단백질 식품과 에슬레저룩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1~6월간 단백질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단백질바 및 쿠키류 113%, 유청 단백질 쉐이크 6.3%, 단백질 음료가 3% 증가했다. 지난해 오리온이 출시한 ‘닥터유 단백질바’는 출시 1년2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5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레깅스, 기능성 의류 등 운동복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6월(1~25일) 일반 패션 장르 매출이 7.8% 줄어드는 동안 애슬레저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 신장했다.
글로벌인사이트리포트는 세계 단백질 식품시장 규모가 2017년 13조원에서 2025년 32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마트는 오는 30일 요거트 전문 제조사 ‘풀무원 다논’의 고단백 발효 요거트 ‘오이코스(OIKOS)’를 단독 출시한다고 밝혔고, 오리온은 지난달 단백질과 아미노산 성분 함유한 ‘닥터유 드링크’를 출시했다.
11번가는 지난 5월 ‘구독경제’를 적용한 ‘월간 닭가슴살’을 론칭하기도 했다. 한달에 한 번, 한달치 닭가슴살을 받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감소가 시작되는 중장년뿐 아니라 운동 효율 향상 및 체중 관리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건강 식단에 대한 수요가 전 연령층에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이나 헬스장에서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면서 레깅스를 비롯한 에슬레저룩도 다양해졌다. 레깅스 트렌드를 주도했던 젝시믹스와 안다르는 기존 ‘레깅스=여성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난 5월 남성용 라인을 론칭하며 레깅스 시장을 확대했다.
레깅스에 반바지를 결합한 ‘팬츠레깅스’도 다이나핏, 휠라, 언더아머 등 스포츠의류 업계에서 연이어 출시됐다. 코로나19로 등산이나 캠핑 같이 타인과 비교적 덜 마주치는 ‘언택트’ 취미가 번지면서 레깅스의 확장세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운동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레깅스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