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언장담했는데, 미중 ‘치킨게임’이라니… 곤란해진 정부

입력 2020-07-27 00:22

정부가 영사관 폐쇄로 국교 단절 직전까지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면서 “3분기에는 상당한 반등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마자 미·중 갈등이 급속도로 고조되면서 일각에서는 “3분기에도 경기 반등 가능성이 불확실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2분기 GDP가 1분기 대비 3.3% 감소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대외부문 충격이 예상보다 커 예상보다 GDP가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2분기 수출은 1분기보다 16.6% 포인트 급감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했다. 3분기에는 경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전망은 내수가 어느 정도 회복됐고 수출 감소 폭도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2분기 민간소비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여파로 1분기보다 1.4% 포인트 늘었고 5~6월 국내 신용카드 승인액도 전년 동월 대비 5.3%, 9.3%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도 4월 -18.8%에서 7월 1~20일에는 -7.1%로 낙폭을 좁혔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인 2분기에 중국 경제가 1분기 대비 11.5% 성장했다는 점도 반등론의 근거다.

그러나 이런 타이밍에 미국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 등의 이유를 들어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고, 중국이 맞불 차원에서 이튿날 쓰촨성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키로 했다. 양국이 수교한 1979년 이래 영사관 폐쇄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중(反中) 정서 극대화 목적으로 중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기 위해 영사관 폐쇄 외에 추가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수출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한국의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미·중이 서로 정치적인 액션을 취했을 뿐, 무역 분쟁으로 번진 것은 아니므로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