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사진) 대통령은 최근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미국을 경악시켰다. 그는 특히 우편투표를 문제 삼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러시아와 중국 등의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대선에서 질 경우 양측 모두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2020년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복 여부와 관련해 “나는 지켜봐야 한다(I have to see)”면서 “나는 그저 ‘예’나 ‘아니요’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의 불길을 댕겼다. 그는 “나는 좋은 패배자가 아니다”는 말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편투표가 선거를 조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우편투표가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선거로 이끌 것”이라고 비난했다.
코로나19가 다시 번지면서 올해 미 대선에서는 우편투표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NYT는 지난 22일 기사에서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올해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의 최소 76%가 우편투표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들은 우편투표를 쉽게 하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증거도 없이 우편투표가 부정 선거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올해 대선에서 불행한 결과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선거 결과를 무시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은 NYT에 “안전하고, 공정하고, 정직한 선거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배(聖杯)”라면서 “우리가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 러시아, 중국, 베네수엘라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NYT는 미국에서 부정선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하면서도 주마다 우편투표 규정이 다르다는 점도 우편투표에 대한 비난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사진)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미국 정보기관의 브리핑을 받고 있다. 바이든 진영이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 중국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 21일 “나는 크렘린(러시아)과 다른 외국 정부에 통보한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나는 외국의 미국 대선 개입을 미국과 개입 국가 간의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적대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이 무모하게 우리 민주주의에 개입한다면 나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대가를 부과하는 대응에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그것은 거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바이든은 또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여전히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선 결과는 초박빙 표차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빚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도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져도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역사상 단 한 번도 대선에 불복한 경우가 없어 미국 법도 이런 상황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승복 여부를 놓고 트럼프 지지층과 반트럼프 세력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불길한 시나리오도 퍼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군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