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제안한 행정수도 이전론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KBS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서울대가 지방 이전 검토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데 이어 22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사실도 공개됐다. 여권은 최소한 100곳 이상의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연내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국가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틀리지 않은 정책 방향이다. 그렇지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충북 혁신도시로 옮긴 것을 마지막으로 수도권 153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완료된 게 지난해 말이다. 1차 이전 기관에 대한 꼼꼼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일부 기관의 경우 필수인력 유출과 효율성 저하로 후유증이 적지 않다. 한 예로 2018년 제주도 서귀포시로 본부를 옮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경우 해외 초청 인사들의 서귀포행 기피로 사실상 서울사무소와 서귀포 본부로 조직이 이분돼 운영되고 있다. 외교부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정치적 논리로 외딴 제주도에 내려보낸 게 실책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여당에서는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기적으로 급작스럽게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제어할,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반전 카드라는 것이다. 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비(非)수도권 지역에 대한 선물’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준비하다가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백년대계여야 할 기관 이전이 얄팍한 정치 셈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자칫 지역 균형 효과는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설] 공공기관 이전이 ‘부동산 실패’ 반전 카드여선 안 돼
입력 2020-07-2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