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녀의 이스타항공 편법 승계 의혹이 부자들의 ‘잘 알려진’ 증여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집단으로 덩치를 키운 하림 사례가 대표적이다. 창업주의 2세는 이 의원 자녀처럼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최대주주가 됐다. 차이점은 여당인 민주당의 대응 방식이다. 하림의 편법 승계 의혹에는 목소리를 높였던 민주당이 이스타항공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타항공과 하림의 승계 과정은 곳곳에서 ‘닮은꼴’이 포착된다. 이 의원이 설립한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라는 회사다. 2015년 10월 설립된 이 회사의 주인은 이 의원의 딸 수지씨와 아들 원준씨다. 이 회사는 설립 2개월 만에 이스타항공 지분 68.0%(524만2000주)를 사들였다. 100억원에 달하는 구매 자금 중 80억원은 ‘서래1호조합’이라는 사모펀드에서 조달했다. 나머지 20억원의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회사 설립 당시 두 사람의 나이가 각각 26세, 16세라는 점을 보면 직접 벌어들인 돈으로 보기는 힘들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 경우도 엇비슷하다. 김씨는 20세였던 2011년 부친에게서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증여받았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품은 하림의 지주사인 하림지주 주식 4.30%를 보유하고 있다. 올품은 또 다른 계열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의 지분 100%도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보유한 하림지주 주식 지분율은 19.98%에 달한다. 올품 대표가 지주사 주식의 24.28%를 소유한 셈이어서 최대주주라 볼 수 있다. 김씨가 올품을 승계받으며 10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기는 했다. 다만 이 증여세는 김씨가 아닌 올품이 대출을 받아 분납했다. 이 의원 자녀처럼 김씨도 자기 돈을 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하림지주 측은 “비상장주식이어서 주식으로 증여세를 대납할 수 없다 보니 유상감자를 통해 100억원을 납부했고 나머지 60억원의 증여세는 국세청에 분납을 요청해 현재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편법이나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차이는 여당의 대응 정도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이던 2017년 6월 하림에 대해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줬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건에 대해 민주당이 내놓은 목소리는 현재로선 없다. 하림과 달리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참여연대가 국세청에 의뢰한 탈세 조사 정도가 진행 중이다. 하림 계열사 올품과 달리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 자녀의 증여세를 대신 납부한 적이 없다. 세정 당국 관계자는 “2~3개월 정도는 조사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