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상수도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보다 긴 소모품 주기 문제부터 상수도 전문인력에 대한 관리 부족 역시 수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당국은 깔따구 유충이 고도정수처리 과정 중 하나인 여과 단계에 사용하는 입상활성탄 공정 중 방충망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물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밖에도 입상활성탄의 교체 주기와 역(易)세척 등의 관리 부실로 깔따구의 번식 환경이 마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전국 정수장 49곳에서 쓰이고 있는 입상활성탄은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산인데 우리나라의 교체주기는 6년으로 일본(4~5년)이나 미국(1개월~5년), 캐나다(5개월) 등에 비해 긴 편이다. 최근 중국의 환경규제 등으로 숯을 주원료로 하는 입상활성탄 신품 수입이 여의치 않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생탄을 사용하고 있다. 재생탄의 경우 교체주기가 4년 정도로 신품에 비해 짧지만 요오드 등 이물질을 흡착하는 본연의 기능은 신품보다 떨어진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상수도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2020년 이후부터는 입상활성탄 교체 물량이 많이 늘어난다”면서 “재생탄과 신탄의 성능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체 주기뿐 아니라 역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도 깔따구가 번식할 환경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활성탄은 이물질을 숯 등에 흡착시키는 방식으로 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에 역세척을 통해 유기물 등 이물질을 떼어내야 한다. 그러나 세척 작업을 소홀히 해 깔따구 유충이 들어와 이물질을 먹고 자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소속 이의상 인천서구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상활성탄은 자주 역세척을 해줘야 하는데 공촌정수장은 세척 주기가 20일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긴 편이었다”면서 “깔따구 유충 사태 직후인 지난 15일 공촌정수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성충이 자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전날 공촌정수장 구조를 밀폐형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상하수도 시설 전반과 5만t 이하 소규모 정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 미생물학실 교수는 “수도권이나 부산권 수도관은 노후화가 심해 중간에 누수가 심하지만 수도관을 모두 교체하기에는 예산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수도관 정비는 각 지자체 관할이기 때문에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에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대규모 정수시설은 관리가 잘 되는 편이지만 5만t 이하 소규모 정수시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상수도 관리 전문인력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수장 등의 시설은 주류에서 배제된 후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아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상수도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대비 전문인력(정수직)의 비율은 2002년 63.9%(9539명)에서 2017년 56.9%(6394명)까지 줄어들었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근로의욕을 주지 못하는 인력 관리 체계는 문제가 있다”면서 “퇴직 직전에 오는 곳이라는 인식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최지웅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