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목소리 어때?”
선천적 청각장애인인 김혜원(28)씨가 KT의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목소리를 선물받은 뒤 처음 한 말이었다. KT는 2018년부터 2년 동안 연구한 음성합성기술(P-TTS)을 이용해 청각장애인 20명에게 목소리를 만들어주고,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음 Talk(이하 마음 톡)’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참가자와 그 가족, 지인이 이용하는 마음 톡은 영상과 문자 대화를 지원한다.
국민일보는 26일 마음 톡으로 김씨와 영상 인터뷰를 시도했다. 앱을 통해 전달된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어조는 또렷했다. 인터뷰 중 그는 “난 못 들으니까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물었다. “다정하고 따듯하고 귀엽다”는 평에 김씨는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전날 목소리를 공개하는 KT 행사에서 내 목소리를 들은 엄마, 아빠가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엄마는 내 목소리가 차분하고 예쁘다고 했다”며 웃었다. 음성합성기술은 딥러닝 기반 학습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만드는 기술이다. KT는 국내 최초로 본인 목소리 학습 데이터 없이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KT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농인을 위해 가족의 목소리 데이터를 이용했다. 김씨의 경우 여동생 혜인(27)씨의 음성 데이터가 이용됐다. 혜인씨는 언니를 위해 1000문장을 녹음했다. 녹음에만 6시간이 걸렸다. KT는 성별, 나이, 구강구조 등 특성을 AI 엔진으로 분석해 김씨 고유의 목소리를 구현했다.
어린 시절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활동하면서 밝고 적극적으로 자란 김씨는 지난 4월 KT의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 광고를 보고 참가를 신청했다. 그는 “가족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신청했다. 할 말이 많은데 소통이 잘 안 돼 답답했다”며 “운 좋게 선정돼 너무 기뻤고 앞으로 마음을 담아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농학교 재학 시절인 2011년 미스월드코리아에 출전해 입상한 그는 현재 LVMH코스메틱스 사내 네일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네일아트 종목에서 1위로 입상했다. 김씨는 “지금은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최초의 청각장애인 네일아트 심사위원이 되는 꿈을 목표로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에게 더 바라는 음성 관련 기술이 있는지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기술 발전도 좋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동영상 자막이 제공되고, 수화가 일상어처럼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면 모든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될 때도 자막이 의무화되고 카페나 지하철에서 내가 수화를 쓸 때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일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했다.
기술 개발보다 사람들의 배려를 원했다. KT는 앞으로 2년 동안 전용 앱을 지원하고, 사용자의 불편을 점검해 앱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첨부된 동영상은 김혜원씨가 25일 KT 행사장에서 선물 받은 본인의 목소리로 편지를 낭독한 것이다. 김혜원 제공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