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차도 20분 만에 2.5m 차올라… 차에 갇힌 3명 참변

입력 2020-07-25 04:02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내린 23일 밤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지하차도는 저수지로 변해 제때 탈출하지 못한 차량 탑승자 3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를 포함해 23~24일 내린 호우 관련 사고로 전국에서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23일 밤부터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5명이 사망했다. 기상청 관측 이래 9번째로 강한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한 부산에서는 지하차도가 침수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 탑승자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최근 짧은 시간 내 강한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강수 패턴이 잦아지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4일 오전 10시30분 기준으로 지난 23일부터 전국에 내린 호우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5명 중 3명은 부산에서 발생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 제1지하차도가 23일 오후 10시18분쯤 침수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기상청 관측소가 있는 부산 중구에는 시간당 81.6㎜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1920년 관측 이래 9번째로 많은 양이었다.

사고를 조사 중인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하차도는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지 20~30분 만에 2.5m 높이까지 침수됐다고 한다. 물이 차오르면서 길이 175m 지하차도에 차량 6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운전자와 탑승자 9명은 차에서 내려 지하차도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 중 3명은 목숨을 잃었다. 6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출동한 119 구조대원에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고, 24일 새벽 3시20분쯤 배수작업 중 이미 사망한 50대 남성이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차도는 지대가 높은 중앙대로와 맞닿아 있는데, 이미 성인 무릎 높이까지 침수된 중앙대로에서 지하차도로 빗물이 굉장히 빠르게 쏟아져 내리면서 급류가 형성돼 사망자들을 덮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하차도에는 분당 20~30t의 배수 능력을 갖춘 펌프가 있었지만 갑자기 불어난 빗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산 동부서 관계자는 “인근 도로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까지는 감안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배수펌프의 작동 여부와 관리부실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시장 상인들이 23일부터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된 상품과 도구 등을 상점 밖으로 내놓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는 23일 새벽부터 24일 오전 10시까지 212㎜에 달하는 많은 양의 비가 오면서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었다. 연합뉴스

이밖에도 울산 울주군 위양천에서 차량과 함께 급류에 휩쓸린 50대 남성이 사망했고, 경기 김포 감정동 감성교 인근에서 익사자 1명이 발견됐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건설공사현장에서도 침수 관련 부상자가 2명 발생했다. 부산 동천과 경북 영덕 강구시장, 충북 영동 마을회관 등이 범람 또는 침수돼 220명이 일시 대피한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추세를 보면 기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 관련 침수·범람 사고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맛비는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5~26일 장마전선이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내려가면서 비가 잠시 그치겠지만 27일부터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해 30일까지 전국에 장맛비가 길게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가면서 장마철은 마무리에 접어들 전망이다. 8월 초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