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노사정 합의 걷어찬 민노총의 오만

입력 2020-07-25 04:01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바란다”는 고언을 남겼다. 전날 온라인으로 개최된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승인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되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이 집행부 사퇴 배수진까지 치면서 진행한 대의원회의에선 강경파 주도로 참여 인원의 60% 이상이 반대했다.

투표 결과는 향후 민노총의 방향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노동계를 넘어 국민적 이목이 쏠렸다. 민노총은 결국 사회적 대타협 참여 거부를 선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추진된 양대 노총 참여의 노사정 합의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전 국민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무산됐다. 올해 제1 노총이 된 민노총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번 합의안은 지난 4월 민노총의 제안에 따라 노사정이 시작한 6자 대화에서 40여일의 논의를 거쳐 힘겹게 도출됐다. 그런데 정작 민노총이 걷어차버린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조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민노총 강경파들의 도 넘는 주장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합의안에 해고 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계도 노동시간 유연화 등의 요구안을 삭제하며 양보했지만 해고 금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다수 노동자의 뜻을 반영한 것도 아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과 관련해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함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민노총은 고립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먼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내세우고 주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민노총에 국민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재계는 물론 정부도 막무가내식 민노총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할지 의문이다. 양대 노총의 다른 한쪽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마저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 결과에 따라 향후 선거에서 ‘투쟁 선명성’을 중시하는 강경파가 민노총 집행부를 장악할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대정부 노선은 투쟁 일변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럴수록 민노총의 고립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자칫 대한민국 제1 노총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