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은 1966년 개장했다. 원래 9홀이었다가 70년 18홀 정규 코스로 확장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양CC(64년)와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오래된 골프장이자, 최초의 군 골프장이다. 서울 소재 유일의 골프장이기도 하다.
태릉골프장은 원래 육군사관학교가 생도 훈련장으로 쓰려던 뒷산을 개발한 곳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미래의 인재들이 국제적으로 움직이려면 골프를 알아야 한다며 지시를 내려 각 사단에서 차출된 공병대가 한 홀씩 공사를 맡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개장식 때 직접 시타를 했고 자주 라운딩을 했다. 골프 코스 중에는 ‘대통령 홀’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박 대통령이 친 공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는 경우가 많아 그 부근 페어웨이를 기형적으로 넓게 만들었다는 홀이다. 드라이버로 넘기면 장군을 시켜 준다고 하는 먼 둔덕이 있는 ‘장군 홀’도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골퍼들 사이에 회자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곳을 가끔 찾았다. 청와대에서 가깝고 군 시설이라 경호가 쉽기 때문이다. 전·현직 장성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일반인 유력 인사들도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회동에서 그린벨트 논란을 정리하며 수도권 택지 공급의 대안으로 태릉골프장을 거론했다. 골프장 83만㎡ 부지에 육사의 67만㎡를 합치면 160만㎡(48만평)에 달한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인근 구리 갈매지구까지 결합하면 3만 세대 규모의 신도시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주변 지역은 호가가 1억원 뛰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정 총리는 23일 이곳을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 공급에 활용하고 육사 부지에 대해서는 활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태릉은 부동산 수요가 집중된 강남과 다소 거리가 있다. 법적으로 그린벨트 지역이고, 이용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갑자기 부동산의 핫이슈로 떠오른 태릉골프장의 향배가 주목된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