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에선 22일(현지시간) 폐쇄 통보된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이 ‘스파이 활동의 거점’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국 내 중국 공관 추가 폐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에 “휴스턴 총영사관은 체제 전복적 행위에 가담해 온 역사가 있다”며 “그곳은 중국군이 미국의 연구 결과를 도둑질하는 거점”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도둑질은 최근 6개월간 심각해졌고 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국 강경파인 마크로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휴스턴 총영사관은 오랫동안 외교시설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스파이 소굴이었다”며 “진작 폐쇄됐어야 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언제든 가능하다”고 답했다. 중국은 휴스턴 외에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당초 폐쇄하려던 공관은 휴스턴이 아닌 샌프란시스코 중국총영사관이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휴스턴보다 규모가 크고 정보기관 업무가 집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중국군 연계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던 중국인 여성 연구자를 숨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탕쥐안이란 이름의 이 여성은 인민해방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미국에 입국해 대학 연구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FBI는 탕이 인민해방군 민병대 교복을 입은 사진을 발견했고, 중국 톈진으로 출발하려던 그를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체포했다. 탕은 지난달 26일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됐는데 현재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은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수사 당국은 CNN에 “중국군 상급자 지시로 미국 기관의 정보를 복사하거나 도용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관 추가 폐쇄가 이뤄진다면 이곳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포린폴리시(FP)는 “중국계 인구가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특성과 중요성 때문에 부담이 적은 휴스턴을 폐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가 실질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스턴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반중 행보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이지 중국과의 외교 전면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보복 조치로 당초 거론됐던 우한 미국총영사관 대신 청두에 있는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5년 문을 연 청두 총영사관은 쓰촨성, 윈난성, 구이저우성, 충칭시 외에 인권 문제로 관심이 집중되는 티베트자치구를 관할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무리한 행보에 대해 반드시 필요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