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 출범 100일’ 힘은 거대했지만 성과는 초라

입력 2020-07-24 00:22

4·15 총선 이후 100일간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협치 대신 ‘책임정치’와 ‘일하는 국회’를 앞세우며 단독 질주했다. 21대 국회 개원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거대 여당의 힘은 여지없이 보여줬지만 막강해진 권력 크기에 비해 의미 있는 성과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21대 국회는 48일 만에 늑장 개원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단독 선출에 이어 18개 상임위원장 전석을 여당이 가져오는 강수를 선택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줄곧 총선에서 국민이 허락한 176석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고, 수적 열세에 있는 미래통합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총선 100일을 맞은 상황에서 그나마 구체적인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은 3차 추경안 처리다. 민주당은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 제출 29일 만에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추경안을 통과시킴으로써 640만명의 국민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합당이 불참하고 여당 단독으로 심사 및 통과가 이뤄지면서 부실심사, 졸속심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23일 “민주당은 총선을 통해 친문재인, 친노무현 등 범진보세력의 대동단결을 만들어내면서 아무리 정권이 위태롭더라도 지지세력이 통합당으로 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지상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일하는 국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시험대 위에 섰다.


가장 큰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총력을 쏟고 있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세금을 통해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고,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 안정을 어느 정도로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밀하게 조율된 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함에도 당정청 간 엇박자로 오히려 정책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부동산 가격 폭등 국면에 지역 균형발전 명분을 끌어들여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거대담론만 자꾸 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이나 부동산 세금 인상이라는 정책 방향은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심을 살피지 못한 채 대증요법으로 대처하면서 오히려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야당에서 정략적으로만 판단하게 하며 비효율적으로 정국을 끌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서 각종 개혁 추진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 몫의 공수처 추천위원 선정을 마무리하고 야당을 압박하지만 통합당이 응하지 않으면서 법률이 정해놓은 출범 시한을 이미 넘긴 상태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