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2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어떠한 권고안이나 제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했고 백악관이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 관련 논란을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미국의 대중국 정책’ 주제로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도 겸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청문회에서 ‘중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어떻게 볼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에스퍼 장관을 거론하면서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어떠한 권고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꽤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앞서 지난 21일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나는 한반도에서 미국 군대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설의 도화선이 됐던 WSJ 보도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한·미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진 뒤 미 의회에선 공화·민주당 가리지 않고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비건 부장관은 다만 한·미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방위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맹의 지속가능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과제로 꼽은 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역 내 주둔이 미국의 안보 이익을 증진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3월 한국의 분담금을 현행보다 13%가량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50% 인상을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다.
비핵화 협상을 담당했던 비건 부장관은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교가 더 바람직한 접근법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북 제재를 집행하고, 제재 회피를 막는 데 있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이 이슈(북한 비핵화)에 계속 관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