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발동,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대립 속에서 검찰이 또다시 인사철을 맞았다. 검찰 구성원들은 23일 “다음 주 초부터 간부 인사가 이뤄진다”는 소문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였다.
법무부가 고위 간부 인사 대상들에게 인사검증 동의서를 받은 지 1주일이었고, 윤석열(얼굴) 총장의 임기 반환점(1년)을 2일 앞둔 시점이었다. 검찰에 남아 있던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선배 2명이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도 빠르게 퍼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결코 소폭에 그치진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지난 1월 단행한 대검·고검검사급 인사가 큰 충격을 줬지만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변화가 컸을 뿐 지방을 포함한 전체로 보면 ‘대폭’이라고 하긴 어려웠다는 평가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방 근무를 채운 이들은 이번 인사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는 이번에 대검과 지방 간부들만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지난 1월 완전히 새 진용을 갖춘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6개월 만에 또 ‘흔들기’는 어렵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최근 법조계에서는 그 반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차장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한다면, 그들의 후배인 사법연수원 29기로 그 자리가 채워질 것”이라며 “연이어 부장검사들도 교체되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 구성원들은 검사장급 이상 인사 폭이 확대될 수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 28기 2~3명이 처음으로 검사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검사장급 인사 이상의 공석은 현재 전국에 8자리다. 한 검찰 간부는 “지난 1월 인사 당시 추 장관이 한번 참은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지난 1월부터 28기를 검사장으로 신규 승진시키며 기존 고위 간부들을 압박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는 강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간부는 “‘6개월 뒤 인사가 또 있으니 잘하라’는 메시지로 읽은 이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점점 고립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윤 총장과 ‘적폐청산’ 수사에서 손발을 맞췄던 측근들은 6개월 전 대거 좌천됐다. 이후 윤 총장은 민감한 현안들을 놓고 참모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법무부·서울중앙지검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대검 안팎에서는 “총장이 무슨 힘이 있느냐”는 자조적인 말이 나왔다. 총장과 장관이 인사를 앞두고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던 전례는 지난 1월에 깨졌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형사·공판부 출신 우대 방안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공안통에 비해 홀대를 받으면서도 다수 사건을 묵묵히 처리해온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 꾸준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대폭 인사가 벌어지면 줄사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 변호사는 “로펌에 미리 문을 두드려보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