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텍사스서도 뒤져… 바이든에 40년 ‘텃밭’ 내주나

입력 2020-07-24 04: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5000만건의 검사를 돌파했다”며 “모든 학교가 문을 연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다. 1976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미 카터 후보가 승리한 이후 40년 넘게 줄곧 공화당에 표를 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때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9% 포인트차로 이겼다.

그런 텍사스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이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퀴니피액대가 텍사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4%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후보보다 1% 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달 43%에서 45%로 상승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44%를 유지하면서 역전됐다.

지지층 결집도도 민주당이 더 높았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자는 89%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는 무려 94%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6%는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무당층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2%, 바이든 후보는 51%로 격차가 19%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분석가인 팀 말로이는 “텍사스주에서 대선 레이스는 완전히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6~20일 텍사스 등록유권자 88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오차범위는 ±3.3% 포인트다.

더힐은 코로나19 확산과 불확실한 경제 전망,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CNN방송도 최근 “텍사스는 분명 2020년 대선의 최대 접전지가 될 것”이라며 “1976년 이후 처음으로 텍사스주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텍사스주는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새로운 ‘핫스폿’ 중 한 곳이다. 현재 누적 확진자는 36만7000여명으로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최근에도 하루 1만명 안팎의 사람들이 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미 대선을 100여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이탈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미 공동의회선거연구소(CCES)가 지난 6월 이후 실시한 9번의 전국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후보는 고학력·저학력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10% 포인트 이상 많은 지지를 받았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이탈은 더욱 뚜렷하다.

미 NBC방송은 주로 저학력 백인층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왔지만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비율이 점점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주의 오스틴, 댈러스, 휴스턴 등 주요 도시 교외지역에 대학 이상 교육을 받은 백인 유권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당장 코로나19 상황 반전을 기대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외부 이슈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 무역 전문가인 제프 문은 CNN 인터뷰에서 “진짜 이유가 있다면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을 것”이라며 “텍사스주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는 대중 보복을 갈망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붉은 고기를 던져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