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 운용 과정은 사기와 횡령으로 얼룩져 있었다.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며 끌어모은 자금은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대표가 소유한 비상장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부동산 개발 등 엉뚱한 곳에 쓰였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투자자금 가운데 수백억원을 횡령해 자신의 주식·선물옵션 투자 등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들 경영진은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지만, 5000억원이 넘는 펀드 투자자금 가운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검사를 통해 옵티머스의 부정 거래, 횡령·펀드 돌려막기 등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운용한 펀드는 지난 21일 기준 총 46개(5151억원)로 여기서 24개 펀드(2401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김동회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나머지 22개 펀드도 환매 중단 펀드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돼 있어 만기 시 환매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옵티머스가 만든 엉터리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1166명)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84.2%(982명)에 달했다. 특히 60대(24.6%)와 70대 이상(29.0%) 투자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투자 금액은 개인이 2404억원, 법인 투자자가 2747억원으로, NH투자증권이 전체 판매 규모의 약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어치를 팔았다. 이어 하이투자증권(325억원) 한국투자증권(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148억원) 등의 순이었다.
안전하다는 수익률 약속도 모두 거짓이었다. 투자 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4% 수익률을 돌려준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 펀드에 편입된 자산 대부분(98%)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5109억원)였다. 이 대표 소유의 씨피엔에스(2052억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로 흘러들어가 부동산 개발과 비상장주식, 대여금 등에 쓰였다. 김 대표도 투자금 수백억원을 유용해 자신 명의의 주식·선물옵션 매매 등에 사용했다. 김 부원장보는 “정확한 횡령 금액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 중”이라며 “대부분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펀드 상품 구조를 심사하는 과정 등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본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개인 고객에게 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원금 손실이 없다는 식의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뒤 최대한 빨리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기까진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실사·채권보전과 더불어 검찰과 함께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추징보전절차 등에 나섰지만, 남아있는 자산 자체가 별로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보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회수가 어렵거나 가치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투자자 선지원 안건을 논의했지만 지급 비율 등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