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남북 협력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북·미 관계가 멈칫하더라도 남북 관계는 그 자체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먹는 것(식량), 아픈 것(보건의료),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문제 협력은 정치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후보자는 앞서 서면답변 등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장기 과제로 서울-평양 대표부 설치를 추진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에서는 악화된 남북 관계를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남북 간 화해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통일부 장관의 당연한 책무지만 무턱대고 추진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남북이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북은 그런 자세가 돼 있지 않다. 남북 정상 합의 사항의 이행이 더딘 것은 근본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렬에 원인이 있는데도 북은 우리 책임인 양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노골적인 대남 비방을 퍼부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북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남남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에 공조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인도적 교류 협력은 적극 검토해야겠으나 비핵화·안보와 직결된 사안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한·미 간 엇박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도 제한적이라는 걸 경험하지 않았나.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전대협 의장 때 행적 등을 근거로 대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새겨 들어야 한다. 북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균형감 있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남북 문제에 다가가야 할 것이다. 과욕은 금물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돌파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되 북에 할 말은 하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사설] 이인영 후보자, 낙관적·편향적 대북관 경계해야
입력 2020-07-2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