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좌절에 빠진 확진자·유족 위해 매일 용기 북돋워

입력 2020-07-24 04:05

“선생님, 지금 당장 안 나가면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치게 했다. 확진자는 감염됐다는 사실에 상처를, 접촉자는 2주간의 지난한 격리 생활에 고립감을,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황망함을 호소했다.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만난 이다영(36·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확진자와 코로나19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트라우마 상담을 돕고 있다. 이씨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심리지원 활동을 했다.

코로나19는 환자들을 정신적으로 더 괴롭게 만드는 병이었다. 일상생활을 하다 갑자기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면서 느끼는 공포와 좌절감, 단절로 인한 고립감은 엄청났다. 이씨가 상담했던 환자 중 “다 포기해버리고 지금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이도 있었다.

이씨는 “격리해제 기준이 바뀌기 전에는 연속 2회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최대 60일이 걸리기도 하니 환자의 좌절감이 반복되기도 하고,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격리했다 나왔는데 또 다른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가 연장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어르신이 너무 힘들어해 ‘살아오면서 이것보다 더 큰 역경도 이겨내지 않으셨냐’고 했더니 ‘이것만큼 힘든 일이 없었다. 그전에는 힘들어도 내가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는데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심리지원단은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매일 전화해 “언젠가는 끝난다”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이씨는 “외부랑 단절돼 있다는 느낌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외부와 연결돼 있고 자신을 확인해주는 사람이 있다고만 느껴도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는다”며 “80%는 격리해제·퇴원 뒤 일상을 회복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퇴원 뒤 트라우마가 심화돼 정신질환으로 진행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심리지원단은 격리해제·퇴원 뒤에도 환자가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상담을 이어간다.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고 일상을 회복하는 환자를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이씨는 “무사히 버텨낸 것에 대해 환자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지는 걸 보면서 우리도 많이 힘이 됐다”며 “‘힘든 시간을 같이해줘서 고맙다’는 감사편지를 받았을 때도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감염병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메르스 때부터 계속 여기서 일하고 있다”며 “사명감 없이는 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심리지원단의 역할은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이씨는 “환자뿐만 아니라 ‘대국민 심리방역’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산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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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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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1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