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줄 서 있네. 우리 날 잡고 다음에 오자” “여기가 뭔데 사람이 이렇게 많아?” 지난 20일 오후 2시쯤 방문한 서울시 강남구의 미국 캘리포니아 명물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 코엑스점. 계속되는 삼복더위에도 매장 앞에는 30여명 남짓한 고객들이 줄을 서는 장관이 펼쳐졌다. 길게 늘어선 행렬에 무심코 매장 앞을 지나던 행인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이날 이른 오전부터 충북 청주시에서 상경했다는 학생 노모(25·여)씨는 “SNS에서 에그슬럿 인증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고 궁금해 청주에서 강남까지 왔다”며 “먹으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SNS에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희소 상품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문을 연 에그슬럿 코엑스점은 미국 캘리니아 본토 에그슬럿을 맛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매장이다. SPC삼립이 국내에 론칭하면서 국내 고객들도 미국 샌드위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코엑스점을 포함해 에그슬럿 매장은 전 세계 9곳에 불과하다.
국내 소비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매장 오픈 12일 만에(21일 기준)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에는 ‘에그슬럿’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1만4000건 이상 게재됐다. 이날 매장 입장 대기줄에서 만난 직장인 권모(32)씨는 “에그슬럿에서 식사했다는 지인의 포스팅을 보고 에그슬럿이라는 미국 샌드위치가 인기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근처에 들른 김에 생각이 나 호기심에 들렀다. 식사 후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에그슬럿에서 식사를 마친 후 매장을 나온 금모(55·여)씨는 “딸과 함께 코엑스에 들렀다가 인기있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는 소식에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며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먼저 샌드위치를 먹어봤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일명 ‘희소 마케팅’은 처음이 아니다. 카페 전문점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밤잠도 설치게 만들었다. 섬머레디백은 스타벅스의 사은품이다. 지난 5월2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미션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마신 고객에게 스타벅스는 섬머레디백을 제공한다.
다만, 섬머레디백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한정 수량으로 생산되는 탓에 섬머레디백은 각 스타벅스 매장 오픈 시간이 얼마 채 지나지 않아 동이 나기 일쑤였다. 섬머레디백 증정 행사가 종료되는 지난 17일까지 고객들의 쟁취하기 위한 노력은 치열했는데, 동이 트기 전부터 스타벅스 매장 앞에 텐트를 치는 것은 기본, 이불과 모기약을 들고 줄을 서기도했다.
사은품 재고가 여유 있는 매장을 찾기 위해 고객 간 눈치싸움이 계속되던 중, 급기야 스타벅스 섬머레디백 구매 정보 공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까지 생겨났다. 17일 스타벅스 섬머레디백 받기에 성공했다는 직장인 지모(27)씨는 “서울 지역 섬머레디백 재고 상황 공유 채팅방 정보가 사은품을 받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이 방에서는 실시간 매장 재고가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섬머레디백 구매대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섬머레이디백을 검색하면 구매대행을 해준다는 채팅방을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우체국 택배비, 박스 구입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2만5000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전문가는 희소가치 마케팅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주체로 자리잡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소비 특성은 개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SNS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 수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SNS에서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케팅 활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 교수는 “TV광고가 주를 이루던 매스마케팅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마이크로 마케팅 시대에서 SNS에서의 이슈메이킹이 중요해졌다”며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제품을 한정 제품으로 선보여 부족하다는 이슈 자체가 광고 수단이 됐다. SNS 이슈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소비자가 알아서 홍보를 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쿠키뉴스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