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해외주식 직투에 달러 선호까지… 외화예금 사상 최대

입력 2020-07-23 00:19

국내 거주자가 은행에 쌓아둔 외국 돈이 넉 달 연속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데다 2030세대의 해외주식 ‘직투’(직접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이 전달보다 36억1000만 달러 늘어난 845억3000만 달러로 2012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과거 외화예금은 최근에 비해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올해 6월 말 잔액이 사실상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최고액은 2017년 12월 830억3000만 달러였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기업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국내 외국환은행에 넣어둔 외화다. 이 예금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3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늘어 2월 말(685억1000만 달러) 대비 23.4%인 160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통상 외화예금을 늘리는 목적은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향후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환차익)을 보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증가세까지 가세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 투자자가 해외주식에 투자하려고 국내 증권사 계좌에 투자금을 예치하면 증권사를 포함하는 기업 외화예금이 늘어난다.

해외주식 투자는 국내보다 성장성이 높은 미국 등 주요국 증시에 투자하면서 환율 상승 시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시들해진 국내 증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정부가 주식투자 차익에서 세금을 떼는 세법 개정안을 예고하자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이날 삼성증권은 올 초부터 지난 17일까지 해외주식 거래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비대면으로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고객은 58.6%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35.4% 포인트 늘었다. 특히 해외주식 비대면 고객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배, 9.5배 급증하며 전체의 63.7%를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외화주식 결제액은 709억1000만 달러(약 85조원)로 직전 반기인 지난해 하반기(229억1000만 달러)의 3배로 늘었다. 그중 미국 주식 결제액이 623억4000만 달러로 87.9%를 차지했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