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는 ‘착한 수수료’를 앞세우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4월 수수료율 변경 문제로 곤욕을 치른 뒤 수수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자영업자 유치에 중요한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배민·요기요·배달통 3개 업체가 여전히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배민이 불 지핀 수수료 논란 이후 지역자치단체 단위로 ‘수수료 0%’를 표방하는 공공배달앱까지 등장하면서 ‘낮은 수수료=배달앱 경쟁력’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를 적게 받는 배달앱에 입점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이용자 수가 적다는 게 단점이지만 후발 업체들은 입점비와 광고비도 받지 않기 때문에 입점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모(49)씨는 그래서 최근 배달앱 입점을 3곳으로 늘렸다. 박씨네 가게에서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위메프오를 통해 배달 주문을 받고 있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통한 주문 건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라도 더 받아보려고 입점비를 안 받는 배달앱들도 이용 중이다. 박씨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광고비나 수수료 적게 받는 곳에서 주문 들어오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수수료 적은 데서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게 가장 반가운 일이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이야 언제든지 배민에서 다른 데로 갈아탈 수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기요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진작에 그만하기로 했다”며 “가장 걱정되는 게 배민이 배달 시장을 다 가져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민·요기요·배달통과 후발업체들 간에 수수료 차이는 얼마나 될까. 중개수수료가 12.5%로 책정된 요기요가 가장 높다. 외부결제 수수료 3%까지 더하면 15.5%나 된다. 여기에 부가세까지 추가하면 17%나 된다. 배달통은 중개수수료 2.5%와 외부결제 수수료 3.0%가 책정되고 건당 광고비를 받는다. 배민은 중개수수료가 3%지만 이 수수료를 내고 입점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검색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광고 방식 ‘오픈리스트’를 대부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수료는 6.5%다. 여기에 입점비와 광고비도 따로 붙는다. 하지만 이용객 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배민을 배제하고 장사하기란 쉽지 않다. 후발주자들은 광고비를 없앴다. 쿠팡이츠도 위메프오도 광고비 없이 운영해 자영업자들의 입점 부담을 덜었다. 쿠팡이츠는 배달 한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는 프로모션을 1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대신 배달비가 5000원이다. 배달비는 쿠팡이츠가 아니라 배달기사에게 전해진다. 배달비 때문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쿠팡이 사실상 비싼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이츠 관계자는 “배달비를 가맹점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맹점주가 전부 부담할 수도 있고 소비자와 나눠 내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배달 거리와 상관없이 배달비를 5000원으로 한정해 놨기 때문에 추가비는 쿠팡이츠가 배달 기사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위메프오는 현재 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9월부터는 건당 5%의 정률 수수료와 주당 8000원의 정액 수수료 가운데 유리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광고비가 없고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알려지면서 지난 5월 기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63%, 매장수는 739% 늘었다. 위메프오는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할인 쿠폰으로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위메프오 관계자는 “매장이 늘면 자연스럽게 이용객 수도 증가하고, 각종 적립 혜택으로 계속 위메프오를 이용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 배달앱 서비스인 ‘제로배달유니온’에 선정된 띵동은 수수료율이 2%다. 광고비도 따로 받지 않는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입점업체나 거래액이 크지 않다. 다만 이달 말부터 서울사랑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이용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들이 점차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배민·요기요·배달통 3개사의 점유율은 아직도 압도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업체들도 성장하고 있지만 1위 사업자도 매출이나 거래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빠르게 따라잡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가 합병되면 진퇴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