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9월 실업대란’ 공포에 떨고 있다. 여객 수요 회복은 요원한데 다음 달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 저비용항공사(LCC) 사장들은 22일 국회에 달려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연장을 읍소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최정호 진에어 대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 등 LCC 사장 7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고용유지지원금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LCC 대표단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붕괴를 앞두고 있지만 자구노력과 고용지원금 등으로 버티고 있다”며 “그러나 다음 달 말부터 지원금 지급기한(180일)이 회사마다 순차적으로 만료돼 고용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항공기 취급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유급휴직 시 휴직급여(평균임금 70%)의 90%까지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줬다.
사장단이 낸 건의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국적 항공사 8곳의 유급휴직자는 1만7905명, 무급휴직자는 6336명이다. 전체 항공사 직원의 65%가 유·무급 휴직이나 임금 삭감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항공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이 9월 15일에 끝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한도 다음 달 말부터 만료된다는 데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은 지난 3월 초 항공사 중 가장 먼저 유급휴직을 실시한 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다음 달 말이면 지원금 지급기간인 180일이 지나는 것이다.
반면 여객 수요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수기인 7월이 되면 국제선 수요가 오를 줄 알았는데 낭패”라며 “원래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20만명이 넘는데 최근 1만명 선을 회복하나 싶더니 다시 7000명대로 내렸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국내선 여객 수송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38.1% 감소했다. 국제선은 지난해보다 97.9%나 감소했다.
LCC 대표단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끊기면 대량 구조조정이나 무급휴직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 입장에선 사실 유급휴직보다 무급휴직이 돈이 덜 든다”며 “그러나 정부의 지원만 계속된다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위해 유급휴직을 이어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대표단은 이날 특별고용지원업종·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늘려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송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만약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이 힘들다면 무급휴직 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요건을 완화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정부·여당도 특별고용지원업종·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연장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제도 연장을 위해선 관련 고시나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송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곳이 항공산업”이라며 “어려움을 잘 들어 정부나 국회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겠다”고 답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