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 tech) 기업이 보험업계로 발을 넓히면서 기존 보험사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 연출되고 있다. 업계는 네이버, 카카오에 시장 지배력이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거대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잡으려면 빅테크 기업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2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자회사 ‘NF보험서비스’는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5대 보험사 가운데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이 제휴를 맺고 이 서비스에 입점할 것으로 파악됐다. 제휴 보험사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해당 보험사들에 상품 판매 수수료로 11%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최대 수수료율은 10% 정도다. 보험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설계사처럼 직접 상품을 영업·판매한다고 보기 힘든데도 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와 방식이 동일한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의 ‘보험 다모아 서비스’는 수수료가 아예 없다”며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만큼 고객 선점에는 효과적이겠지만, 11%는 분명히 높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보험법인대리점(GA)도 자체 제작한 사이트에서 보험 견적을 비교해준다.
반면 이 정도 수수료율이면 선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를 고려하면 11%가 엄청 높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른 금융서비스 토스 등에 제공하는 수수료도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거대 플랫폼을 무기로 앞세운 빅테크 업체와 기존 보험사가 입장차를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함께 디지털 손해보험사 합작 설립을 추진했지만, 지난 5월 무산됐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등을 놓고 사업 방향, 수익성 검증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존 보험사와 새로 업계에 진출하려는 빅테크 업체 간 사업 문화나 시스템이 워낙 다르다보니 갈등 발생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빅테크·핀테크 업체와 기싸움을 벌이는 건 보험업계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업계에선 새롭게 금융업에 진출하는 정보기술(IT)기업과의 규제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성토가 나왔고, 금융 당국은 결국 금융사·빅테크·핀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