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핵심 증인들 불출석… 맥빠진 ‘최숙현 청문회’

입력 2020-07-23 04:07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뒤늦게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김도환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 사망 관련 국회 청문회가 22일 열렸다. 하지만 주요 가해자 증인이 모두 불출석한 ‘반쪽짜리’에 그치면서 사건 해결에 필요한 실질적인 증언은 나오지 못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도종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가혹행위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전 경주시청 주장 장윤정, 감독 김규봉, 처방사 안주현은 불출석했다. 도종환 위원장은 “국회 증언 감정법 13조에 따라 추후 조치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봉과 안주현은 구속됐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범죄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혹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장윤정의 경우 지난 5일 경주시체육회에 낸 자필진술서에서 자신의 가혹행위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며 억울함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전 경주시청 선수 정모, 김모씨에 의해 장윤정의 가해 사실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장윤정이 각목을 가져와 A씨를 때리라 해서 때렸다”며 “(뉘우치지 않는) 어이없고 뻔뻔한 태도에 믿고 따랐던 선배(장윤정)가 부끄럽다”고 증언했다. 김씨도 김규봉·장윤정·안주현의 폭언·폭행 빈도에 대해 “자주는 아니고 1주일에 한 번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참석한 최숙현 부친 최영희씨는 “국회 차원에서 꼭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 주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꼭 입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핵심 증인들의 ‘노쇼’로 청문회장에는 본질을 비켜간 질문만 오갔다. 의원들은 체육계 폭력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본질적 대책을 추궁했지만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인권 교육에 힘쓰겠다”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