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밝힌 기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19 피해 극복 및 경제활력 제고, 포용 기반 확충 및 상생·공정 강화, 조세 합리화다.
중요한 것은 각론이다. 기재부는 과세 형평 제고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올리기로 했다.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5억원 초과 10억원 미만이면 기존 세율인 42%가, 10억원 초과라면 신설된 최고세율 45%가 각각 적용된다. 4.5%의 지방세율까지 합치면 연 소득 10억원 초과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50%에 육박한다. 정부 발표대로 이들이 1만6000명에 불과하고 코로나 위기에도 별 타격을 받지 않은 초고소득자라는 점에서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이미 다른 나라보다 결코 적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등을 합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8%였다. 하지만 이들은 전체 소득세의 78.5%를 냈다. 소득 상위 10%가 소득세의 약 80%를 낸다는 얘기다. 미국(70.6%) 영국(59.8%) 캐나다(53.8%) 등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부유층이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취지의 ‘연대세(solidarity tax)’로 여길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40%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실을 못 본 체 할 수 없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면세점을 올리기는 어렵더라도 소득세 감면이나 공제를 줄여 면세자 비율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맞는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고소득자 세금 중과가 계속되면 제대로 된 ‘사회적 연대’라고 할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 등이 세제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가능성도 크다. 기재부 설명 자료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 시가 33억원 주택을 가진 2주택자가 내야 할 종부세는 올해 2650만원에서 내년에 6856만원으로 4206만원 늘어난다. 2주택자라는 이유로 1년 새 4000만원 이상 세금이 늘어나게 생겼다. 세금 폭탄, 화풀이 세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설] 고소득자 최고세율 인상, 면세자 축소와 같이 가야
입력 2020-07-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