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 유불리 따라 말 뒤집은 이재명과 박주민

입력 2020-07-23 04:01
여당이 내년 4월 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할지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시급하지도 않고, 국민은 별 관심도 없는 사안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다. 성추행 사태로 공석이 된 자리를 놓고 그러는 것도 한심한데, 이제는 여당 핵심 인사들이 본인들의 공개적 입장까지 하루아침에 뒤집으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저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틀 전 라디오 인터뷰에선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손실이 커도 약속을 지키고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를 땐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거론하며 무공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 당원들이 자신을 비난하더라도 문서(당헌)로 약속했으면 지키는 게 맞다고 수차례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데도 이틀 뒤 본인 말은 ‘의견’이었지, 이를 꼭 관철시키겠다는 ‘주장’은 아니었기에 무공천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인터뷰 말미에 무공천을 어기는 게 불가피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기에 꼭 무공천만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궁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이다. 초등학생이 들어보더라도 인터뷰의 핵심은 명백히 무공천 주장이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 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서울·부산시장 공천 여부에 대해 “무조건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앞서 그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 때는 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었다. 이 지사가 언급한 똑같은 당헌도 거론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선 부산시장 선거 1개를 치를 때와 서울시장까지 2개를 치를 때는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둘의 돌변은 20일 당 회의에서 지도부가 이 지사 발언을 비판하고, 극성 당원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사와 박 최고위원으로선 대선주자와 당대표가 되려면 당내 지지가 절실한 입장이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쉽게 입장을 바꾸는 게 과연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옳은 지적을 한 측면이 있는데도 정치적으로 몰리자 소신을 허문 것인데, 그렇게 소신까지 뭉개면서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태도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런 게 결국 반대 의견을 일절 허용치 않는 정당 문화 때문에 빚어진 일일 텐데, 이런 비뚤어진 문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