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창조 질서에 어긋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막아야

입력 2020-07-23 00:01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들이 잇달아 동성애 및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학(새문안교회) 이재훈(온누리교회) 주승중(주안장로교회) 이찬수(분당우리교회)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 국민일보DB

정치적 발언에 신중했던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들이 동성애 문제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본격적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성애는 성경적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죄임을 지적하는 한편 일부 국회의원이 기존 가족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해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에 속한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지난 19일 주일예배에서 남자와 여자의 창조 과정을 담은 창세기 2장 22~24절을 본문으로 ‘창조의 섭리가 향해 가는 곳’이란 제목의 설교를 했다.

이 목사는 “동성애는 창조 신앙 관점에서 명백한 죄”라고 전했다. 구약의 레위기 사사기의 죄라는 언급뿐만 아니라 신약의 사도 바울도 남색을 죄로 바라본 관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예수님처럼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불쌍히 여겨야 하므로 동성애자도 긍휼히 여기지만, 이를 사회적 인권의 문제로 부각해 법적 틀을 바꾸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은 창조 섭리에 기반해 동성애에 반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인권의 문제보다 더 깊은 신앙의 문제라고 했다. 이 목사는 오는 26일 주일예배 설교에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조항의 구체적 문제점을 살펴보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교단의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도 지난 5일 주일 설교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소개하며 차별금지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목사는 “법안 속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란 단어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생물학적 성 이외에 스스로 성을 결정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장애 민족 용모 피부색 등으로 차별받는 사회를 막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남녀 이외의 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무엇보다 성경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다”면서 “법안이 상정된다면 국회 앞 시위라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장통합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역시 ‘119 합심기도제목’을 통해 “건강한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도덕을 파괴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게 막아주소서”란 내용으로 기도 중이다.

예장합동의 주요 교회에서도 연일 법안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지난달 7일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독소조항은 엄청난 종교탄압의 위험이 있다”고 설교한 이후 성도들에게 지속해서 법안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반대 서명’ 참여를 독려했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도 지난 5일 설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과잉 역차별법’이라고 지적하며 “교회의 자유를 파괴하는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며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성실히 수행해온 주요 교회들이 속속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학 목사는 “동성애는 교회 분열의 이슈이기에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이젠 한국교회가 성경적 입장에서 단호하게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면서 “당장 법안 저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동성애가 어떻게 사회 구조와 가족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고도 섬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성규 최기영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