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사의 역할은 업무 실수 또는 사고 등을 적발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데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해 직원과 회사의 경영활동을 보호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성식경(64·사진)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위원은 지난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수많은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주목해야 한다”며 “사후 적발보다 사전 예방 감사에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성 감사위원은 지난 13일 제5대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달에는 동서발전 최초로 상임감사위원 연임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국민일보가 주최한 ‘제1기 반부패·청렴교육과정’도 수료했다. 그는 새로 시작하는 임기 기간 ‘감시자’로 인식되는 공기업 감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전의견 제시, 자문활동, 일상감사, 사전컨설팅 등 활동을 강화하고 성과지표를 만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감사는 원칙을 준수하면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성 감사위원은 “공직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 대표되는 소극행정과 무(無)행정을 찾아내 강력히 처벌함은 물론 규제 개혁과 공공분야 혁신을 위한 적극행정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감사가 공공정책·사업에 대한 정당성과 필요성을 사전에 조사·검증하는 것을 전제로 핵심 원칙과 가이드를 지키면 사후 감사에서 제외해 주는 ‘감사보증 제도’ 도입을 공공분야 최초로 추진하고 있다.
‘직원과의 소통’도 연거푸 강조했다. 성 감사위원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며 “직원들과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도록 공기업 최초로 텔레그램 앱과 이메일을 활용한 ‘상임감사위원 핫라인’을 구축·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스스로 부정·비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익명신고자 보상제도’를 시행해 여러 기관에 전파하는 등 소통의 범위도 넓혔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감사협회장을 맡게 된 배경에는 특별한 사명감이 뒷받침했다. 전국 123개 공공기관 감사의 현안을 고민하고 문제점 등을 개선하는 막중한 임무다. 그는 “우리나라 공공감사 분야에서의 역할과 의무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해 회장직에 과감히 도전했다”며 “국민과 사회가 기대하는 공공감사 제도의 발전과 내부감사 업무의 질적 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로 ‘공공감사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K방역이 국제적인 성공 모델로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진화를 거듭하는 우리나라 공공감사 시스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제도로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환경·청렴의 토대 위에 정부 정책이 긍정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이드와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