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돌아온 용… “FC 서울 위해 희생하겠다”

입력 2020-07-23 04:05
11년만의 K리그 복귀를 확정지은 기성용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FC 서울 입단 기자회견에서 서울 유니폼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성용은 서울과 계약기간 3년 6개월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회견장 마이크 앞에 앉은 기성용의 얼굴에서는 옅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입은 친정팀 FC 서울의 선수복이 여태 십수 년 간 팀에서 뛰어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K리그로 복귀하는 소감과 그간 있었던 일을 포함해 앞으로의 계획까지를 말하는 동안 기성용은 예전보다도 더 차분하고 생각이 정리된, K리그 출신 ‘선배’다운 모습이었다.

서울 구단과 기성용은 22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년 6개월간의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2009년 12월 해외이적 뒤 11년만의 복귀다. 이 자리에서 기성용은 “항상 마음속에 언젠가 꿈을 꿨던, 꿈을 이루게 해줬던 K리그에 복귀할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면서 “서울이 좀 더 K리그 상위권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이 될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를 친정팀에 복귀하게 만든 건 무엇보다 K리그와 팬들을 향한 고마움이었다. 기성용은 “항상 마음속에 지금까지 저를 응원해준 분들에게 잘 성장해 돌아온 모습을 보여주는 걸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그럴 때가 된 듯해 돌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모습으로 해외 생활을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팀에 기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구단과 기성용 사이에선 올 초 좋지 않은 모양새로 복귀 협상이 엎어졌다. 그래서 이번 재협상 자체가 극적인 사건이었다. 기성용은 “당시 협상 과정에서 (구단에) 섭섭한 부분이 당연히 있었다”면서 “하지만 복귀를 항상 염두에 뒀고 구단에서도 다시 동기 부여된 채 뛸 수 있도록 관계자 등 모든 분이 이끌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들이 많이 답답해 하셨을 것”이라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고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선수단에는 공격수 박주영을 포함해 주장이 된 고요한, 수비수 윤영선 등 과거 동료들이 뛰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울산 현대로 이적한 ‘쌍용 콤비’ 이청용의 빈자리가 유독 크다. 기성용은 “청용이(이청용)와는 어제까지도 대화했다”면서 “다음달 맞대결을 한다면 제겐 특별한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뛰었던 친구들이 많아서 편하게 잘하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도 드러냈다.

부상 문제로 계약 협상이 오래 걸린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올 초 훈련 도중 부상을 입었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스페인에서 치료를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태가 길어지다 보니 컨디션이나 부상 치료가 지체됐다”면서 “하지만 심각한 부상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 뒤 지난해 소속팀에서 좀처럼 선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기성용은 “풀타임 출전한 경기를 찾아보니 지난해 4월 리버풀전이었다. 축구 인생에서 이렇게 경기를 오래 뛰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저도 스스로가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면 (부상 탓에) 조금씩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최대한 몸을 만들어 뛰는 게 현명할 것 같다”며 “다음달 정도에는 조금씩 경기장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복귀에 관한 질문에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