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이인선 목사(열림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큰 도전이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62) 목사와 이인선(56) 열림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 회관에서 ‘코로나 시대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한 목사와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주신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거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회만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해선 부당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한 목사는 서울신학대 신학과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윤리학으로 문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신대 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 한국기독교윤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지난 5월 말 기성 총회장에 취임했다.
이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및 대학원, 미국 매스터스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열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으며 감신대 객원교수 및 대학평의회 의장,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운영위원, 몽골선교회 회장, 교회목회연구소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인선 목사=코로나19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들 한다. 예수님이 오셔서 BC(기원전)와 AD(기원후)라는 역사의 분기점이 생겼다. 요즘은 BC를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 AD를 애프터 디지즈(After Disease)로 바꿔 부른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위드 코로나’를 얘기해야 한다. 코로나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기채 목사=한국교회는 그동안 양적인 것을 추구해 왔다. 이번 기회에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질적 성장은 신자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신자다운 삶이란 ‘성결(거룩)’한 삶이다. 신자는 많아도 성결한 신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믿음으로 은혜받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자 됨’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가 받은 은혜는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처럼 ‘값싼 은혜’가 된다.
이 목사=이제는 큰 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보고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일상으로 여겼던 노멀은 과연 정상적이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한 목사=그동안 신앙생활은 교회 중심, 목회자 중심, 모이는 날 중심이었다.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가야 한다. 초대 교회의 원형을 살펴봐야 한다. 내가 교회이고 가정이 교회였다. ‘흩어지는 교회’ 콘셉트다. 스스로 믿음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스스로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하고 하나님과 깊이 있는 교제를 나누는, 홀로 있음의 영성을 잘 키웠다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믿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신앙의 생활화를 통해 이제 더 본질적인 것에 가치를 둬야 한다.
이 목사=문명의 이기(利己), 끝 모를 욕망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됐고 이 모든 재앙이 코로나19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강제적 멈춤 속에 일부 생태계가 회복되는 것을 보며 역설적이지만 창조질서의 회복을 본다. 어느 자료를 보니 1900년에는 인간이 지구의 14%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77%까지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도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할지 고민하고, 창조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 영적 통찰을 새롭게 해야 한다.
한 목사=하나님이 주신 최초의 은총은 에덴동산이라고 하는 녹색 은총이었다. 무너진 에덴동산을 회복하는 은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라는 적색 은총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건강한 삶, 온전한 삶을 살려면 적색 은총뿐만 아니라 녹색 은총을 더불어 가져야 한다. 예수님이 이웃의 개념을 확장해준 것처럼 우리도 이웃, 가정의 개념을 온 생태계로 확대해야 한다. 죄에 대한 개념도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에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태학적인 것도 포함해야 한다. 자원을 낭비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도 죄일 수 있다.
이 목사=앎이 삶이 되는 것, 하나님의 말씀을 삶으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의 공공성은 사회적 책무를 잊지 않고 사회를 선도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개신교 인구가 한국에서 가장 많지만, 그 이미지는 꽤 실추돼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일수록 교회는 절망을 희망으로, 불안을 기대로, 죽음을 소망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한 목사=한국교회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동안 신앙이 사회에 미쳤던 선한 영향력이 약화돼 버렸다. 신앙생활이 사사로운 취미 활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앙생활이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인 영역으로 변질된, 신앙의 사사화(私事化)를 극복해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 내 믿음이 증명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회봉사를 많이 했지만, 욕먹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알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 부단히 세상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이 목사=한국 전체 사회 구제의 70%를 교회가 담당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교회 내의 구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되, 교회 밖을 향한 구제와 착한 일은 등불을 켜서 등경 위에 두듯이 세상을 향해 드러낼 필요도 있다. 공교회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개교회 중심의 선교 지원을 지양하고 총회 본부 차원에서 집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일주일에 한 끼를 금식해 헌금하는 운동을 전개하면 5000원씩만 해도 100만명이 참여하면 한 주에 50억원, 한 달이면 200억원의 선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미자립 교회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국 교회가 연합해 구제에 나선다면 교회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목사=교회는 철저한 방역으로 어디보다 안전하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나라와 사회를 위해 기도하는 곳이 교회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마치 교회 모임이 위험한 것 같은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같이 화합해 어려움을 이겨 나가야 하는 동반자적 관계에 있는 교회를 비난하거나 탓하고 있다. 마치 희생양으로 삼는 느낌이다.
이 목사=정부의 발표는 일선 목회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때아닌 박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국민을 향해 교회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크리스천다운 품위를 가지면서도 정부에 강력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교회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위안 삼아 해본다.
한 목사=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일어날 변화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다. 메가 트렌드를 잘 따라가며 복음을 전하고 기독교인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세속사회이기 때문에 기독교에 반대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경향으로 계속 나갈 것이다. “믿는 자를 보겠느냐”시던 예수님은 제자들이 부인할 것도 알고 배반할 것도 아셨지만, 제자들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하겠다고 하셨다. 믿음이 떨어지면 끝이다. 믿음을 가져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도들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를 끝이 있는 터널이라 생각하고 믿음을 지켰으면 좋겠다.
이 목사=개인이나 가정이나 교회나 모두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공교회성과 신앙의 전통을 회복하는 일, 신앙의 기본과 본질을 회복하는 게 우선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때아닌 박해의 시대’를 ‘뜻밖의 부흥의 시대’로 만들자. 지금 개인의 영성과 더불어 사람들의 구체적인 마음을 만지는, 교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오히려 더 많다. 그 일을 찾아보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여전히 사회 속에 희망의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면 좋겠다.
정리=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