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혁진 도피 중 ‘셀프 비리제보’… 자신 향한 수사 물타기?

입력 2020-07-22 04:02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돌연 해외로 출국해 잠적한 이혁진(사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가 자신이 설립한 옵티머스의 불법투자 의혹을 직접 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 시점은 2018년 3월 이 전 대표가 해외로 잠적할 즈음이다. 야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제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보 내용은 2017년 6월 옵티머스 투자제안서와 달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투자금이 건설사 인수자금 등으로 쓰였다는 것이었다. 당시 제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됐다. 전파진흥원은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과기정통부는 제보 접수 후 전파진흥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적법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전파진흥원은 2018년 10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 의뢰는 전파진흥원의 투자금이 성지건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불법으로 쓰였다는 제보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이 앞서 설립했던 회사의 불법투자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제보를 한 셈이다.

앞서 전파진흥원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방송통신발전기금 및 정보통신진흥기금 67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옵티머스는 당초 전파진흥원에 제안했던 것과 달리 전파진흥원 내부지침에 부적격 회사로 분류돼 있던 건설사에 투자했다.

이 전 대표의 제보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지만 그의 제보에 다른 의도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11월부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과기정통부에 제보할 즈음인 2018년 3월 출국했다. 출국한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일정을 따라다녔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제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옵티머스는 김재현 대표 체제였다. 이 전 대표는 같은 해 5월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옵티머스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와 여권 배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은 당시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사의뢰서에 옵티머스의 사기 정황이 자세히 적시돼 있고, 김재현 대표 등 이름도 수차례 나오는데 검찰이 알맹이만 쏙 빼놓고 수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 옵티머스와 공모한 MGB파트너스 대표 등 3명만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통합당 사모펀드 비리특위 위원장인 유의동 의원은 “검찰은 2년 전 접수한 수사의뢰서를 통해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을 충분히 인지할 기회가 있었고,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5000억원 규모의 옵티머스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의 지시로 수사가 지연 또는 방치됐는지, 또 어떻게 핵심 피의자만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는지 검찰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가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전날 특경가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 신규사업부 총괄고문 유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씨가 옵티머스의 2017년 ‘1차 펀드’ 모집 당시부터 운영에 관여했으며, 앞서 구속된 김 대표와 공모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김이현 구승은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