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대형 물류센터 지하에서 큰불이 나 근로자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벌어진 지 3개월도 안 돼 경기도에서 또다시 물류창고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은 21일 오전 8시29분쯤 용인 처인구 SLC물류센터 지하 4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음과 함께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근로자는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연기가 퍼져 앞이 잘 안 보였다”며 “벽을 더듬으면서 겨우 탈출했다”고 말했다. 다른 생존자는 “작업 중에 차량 경적이 계속 들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그나마 빨리 화재 사실을 알게 돼 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지상 4층, 지하 5층 규모로 화재 당시 건물 안에는 근로자 69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길이 시작된 지하 4층은 오뚜기물류서비스의 저온창고가 있는 곳이다. 가장 아래층인 지하 5층은 기계실로 화재 당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신고를 받고 오전 8시39분쯤 출동했다. 관할 소방서 전원이 출동하는 경보령 1단계였다. 당국은 현장에서 지하층에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선 오전 9시9분 경보령을 2단계로 격상했다. 주변 소방서 9곳에 인력 동원을 요청했다. 이내 소방대원 190여명, 장비 76대가 투입됐다.
불은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10시30분쯤 초진됐다. 하지만 인명탐색 과정에서 근로자 5명이 지하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상자는 1명, 경상자는 7명이었다. 소방 당국은 갑작스러운 폭발로 불길이 치솟으면서 일부 근로자들이 미처 현장을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불길이 잡힌 오후 2시에도 옅은 연기가 계속 피어올라 소방 당국이 화재 경위를 조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물류센터 좌·우측 진출입로는 불길이 빠져 나가는 통로처럼 돼 시커멓게 그을렸다. 불이 시작된 지하와 이어진 외부 환풍구는 솟구친 열기로 덮개 부분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소방대원들은 건물 지하부를 드나들며 잔불 정리에 집중했다.
소방 당국은 지하 4층 냉동식품 화물차 주변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은 “‘냉동식품을 화물차에 싣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물차 부근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길이 일어났다’는 현장 근로자의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화물차가 아닌 저온창고 안쪽에서부터 불이 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화물차 운전기사와 일부 물류센터 근무자들은 “며칠 전부터 천장에 달린 냉방용 쿨링팬(냉각기)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거나 “쿨링팬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할 방침이다. 관할 경찰서인 용인동부경찰서 서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꾸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용인=강희청 송경모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