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
이철 강릉중앙교회 목사
황덕영 안양 새중앙교회 목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교회 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경기도 구리시가 방역수칙을 어긴 교회를 신고해 달라는 내용의 신고포상제를 공지해 논란을 빚었다. 방역에 최선을 다했던 교회가 오히려 방역 당국의 표적이 된 셈이다.
이철(66) 강릉중앙교회 목사와 황덕영(43) 안양 새중앙교회 목사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코로나19시대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과제 등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대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책보다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사역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목사는 “교회만 지목한 정부의 강화된 방역 지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동부연회 감독과 강원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역임하고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릉중앙교회는 1901년 로버트 하디 선교사가 세운 교회로 영동 지역 최초의 감리교회다.
황 목사는 2017년 1월 새중앙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에 부임한 뒤 부흥을 이끌고 있다. 출석 교인 1만명이 넘는 새중앙교회는 황 목사 부임 이후 ‘100개의 북한교회, 1000개의 세계교회 설립, 1만명 선교사 파송’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청년 집회를 인도하며 다음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황 목사는 대표적인 차세대 목회자로 꼽힌다.
교회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사역이다. 코로나19로 모이는 사역이 위축됐다 하더라도 교회 본연의 사명까지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해야 할 사역을 미루지 말자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 대신 ‘위드 코로나’ 사역의 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사역이 필요하다.
요한복음 4장 35절에는 “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말씀은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비유다.
우리 교회는 최근 ‘사랑 나눔 7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지역상권 살리기와 환경개선을 비롯해 거리청소와 취약계층 반찬 지원, 공공기관, 미자립교회 후원과 재능기부를 통한 사랑 나눔 사역이다. 생각해 보라. 이대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사회가 교회를 향해 “당신들은 이 재난 중에 뭘 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게 더 큰 위기라고 본다. 어려울 때 빛과 소금의 사역을 적극적으로 감당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에도 교회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 주님의 명령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는 것이다.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자.
이 목사=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버틸 힘은 가정에서 나온다. 문제는 1인 가족이다. 이들에게 교회가 버팀목이 돼 왔다. 교회가 이들에게 살아갈 힘을 줬던 것이었다. 코로나19로 버팀목이 돼 왔던 교회의 역할이 단절돼서는 곤란하다. 교회들이 더욱 철저하게 방역을 한 뒤 이들을 교회로 초청할 방법을 찾자. 병원이 몸의 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면 교회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믿음의 공동체다.
예배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생명을 나누는 자리다. 생명이 소통하는 자리인 예배를 막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이로 인한 악영향이 사회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예배의 순영향을 최대한 살려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정부가 관심 가져야 할 것 중 하나다.
교회를 향해 모이지 말라는 정부의 일방적인 명령은 교회의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교인도 국민이다. 국민의 영적 건강을 보살필 기회를 줘야 한다.
물론 교회도 교인과 지역사회를 돌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대면 시대가 열렸지만 이웃을 향한 세심한 관심을 통해 진정한 돌봄을 할 수 있게 된 건 소득이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 비대면으로도 개인이 처한 상황을 세밀하게 살피고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 아픔을 나누고 동행해야 한다.
황 목사=그렇다. 비대면 사역이 이어지면서 한 명의 교인이 얼마나 귀한지 깊이 깨달았다. 단 한 명의 교인이라도 교회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나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오히려 교회에게 양육의 기회를 줬다. 이 기회를 살려야 코로나19 이후의 미래 청사진도 그릴 수 있다.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주님의 제자로 살아갈지 깊이 성찰하자. 교회는 이를 도와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완전히 새로운 목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종식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대로 끝나면 구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지금, 교회가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은 뒤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 목사=동의한다. 바로 지금 기성세대가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다음세대가 보고 배운다. 기성세대가 가진 신앙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 과정이 교회를 거룩한 도구로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자. 한 영혼을 살려야 전체가 산다. 현세대와 후대를 동시에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당장은 교인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한 생명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교회의 영향력은 지킬 수 있다. 절대 교회의 영향력이 줄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한 생명을 살리는 노력을 쉬지 않고 이어간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황 목사=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교회의 섬김 사역을 확대할 때다. 정부에 서운한 점이 많지만, 그것만 탓해서는 안 된다. 시련의 때에 해야 할 돌봄 사역이 적지 않다. 교인을 더욱 따뜻하게 돌보고 진정성 있게 만나자. 교회가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자. 달란트를 묻어 둔 종은 질책을 받았다. 바로 지금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셨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평가를 받겠는가. 지혜를 모아 마땅히 감당할 사역을 하자. 부르심에 응답하는 게 교회에 맡겨진 사명이다.
이 목사=교회는 영적으로 자정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좋은 기회다. 더 거룩해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신앙적으로는 거룩성을 회복하고 바로 지금 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자. 코로나19 이후로 미루지 말자. 모두 지금 할 일들이다.
황 목사=우리 교회는 교인의 영적 성찰을 위해 전 교인이 비대면 성경 필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성경 필사를 하는 건 비대면 상황에서 효과적인 사역이다. 만나지 않아도 할 수 있어서다. 성경을 읽고 쓰면서 신앙을 쇄신하려 한다. 이를 통해 교인은 마음을 모으고 헌신할 동력도 얻을 것이다.
이 목사=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어렵지만 해야 할 사역을 찾는 교회가 위기 속에서도 성숙할 수 있다. 이를 ‘발버둥치는 교회’라고 표현한다. 완벽한 대안은 어디에도 없고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발버둥쳐야 한다. 그런 교회가 살아남는다. 앞서 말한 대로 한 생명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 생명을 키우는 사역부터 하자.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난이다. 코로나19 이후만 기다리지 말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의 종식만 꿈꾸는 건 미련한 짓이다. 지금 해야 할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교회가 포스트 코로나19를 기약할 수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뤄 두고 미래의 성공을 기약할 수는 없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