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잇달아 성공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안에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돼 바이러스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1단계 임상시험 결과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됐다고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했다. 백신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사라 길버트 박사는 “백신을 만들었던 많은 경험을 통해 결과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많은 단계들이 남아 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결과가 나와 백신 개발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임상시험은 1077명의 건강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원자의 절반에게는 뇌수막염 백신을, 나머지 절반에겐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했다. 그리고 8주 후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지원자들에게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했을 때 두통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상시험에서 T세포가 형성됐다는 점에 특히 의미를 부여했다. 백혈구 일종인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확인하고 파괴한다. T세포는 면역체계에 장기 기억을 형성해 예전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다시 체내에 들어왔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하고 난 14일 후에 T세포의 반응이 정점을 찍고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큰 브라질과 남아프리카 등에서도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다음 달 미국에서도 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다.
남은 과제 중 하나는 백신이 고령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고령자의 경우 면역체계가 젊은층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독감 백신도 고령층에서는 효과가 낮게 나타난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65세 이상에서 눈에 띄게 증가한다. 이번 시험에 참가한 지원자들의 연령은 18~55세였다. 형성된 항체가 얼마나 오래가는지도 확인할 대목이다. 백신 효과가 6개월~1년가량 지속된다면 정기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도 이날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의 두 번째 초기 시험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60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독일에서 진행한 시험 결과 두 차례 백신을 복용한 접종군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와 T세포 반응을 확인했다.
중국에서도 이날 칸시노 생물주식회사와 중국군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백신이 대부분의 피실험자에게서 안전하게 항체 면역반응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