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하이닉스·애플 ‘친환경 반도체 생산’ 그린 동맹

입력 2020-07-22 04: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K하이닉스가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애플과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는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 협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가 애플에 공급하는 아이폰 메모리반도체 등 부품 생산을 전부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21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애플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보고서 2020(Supplier Clean Energy Report 2020’을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애플에 한국에서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협력을 하는 가장 큰 업체가 되는 셈이다.

양사는 올해 초 협약을 맺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국 내 인종차별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공식 발표를 수개월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년간 애플에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해 온 주요 협력사다. 메모리반도체는 아이폰의 핵심 부품이다. 2015년 10월 애플은 기기 생산 공급망 전반에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겠다며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기기에 탑재하는 소재와 부품, 최종 조립품을 애플 협력사 전체가 재생에너지 전기로만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애플은 다수의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해 달라고 요구했고 우리나라 기업 중 최초로 SK하이닉스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애플과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협약을 맺은 세계 기업은 지난해 44곳에서 올해 71곳으로 늘었다. 격변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애플과의 동맹이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휴대전화·디스플레이용 점착 테이프를 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인 대상에스티도 애플과 친환경 동맹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아이폰용 반도체를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며 “다만 재생에너지 가동 솔루션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은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규제 등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D램)과 충북 청주(낸드플래시)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중국 우시에도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7000억 달러(2041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시총 총합을 웃도는 공룡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애플과 동맹을 강화한 것은 삼성전자 등과의 아이폰 메모리반도체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애플 협력사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애플과 협력하는 국내 대기업은 삼성전자(D램), 삼성디스플레이(OLED), LG이노텍(카메라 모듈), LG화학(배터리), 그리고 아이폰을 판매·유통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있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은 환경 친화적인 공정을 거쳐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플이 기울이는 노력의 핵심”이라며 “협력업체는 애플의 이런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