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금융주소 한번에’ 종료… “이사땐 일일이 연락해야”

입력 2020-07-22 04:02

고객이 각 금융사에 등록된 자신의 자택·회사 주소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가 다음 달부터 종료된다. 주소가 바뀌었을 때 일일이 금융회사마다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다는 취지로 2016년 1월 시작된 서비스였다. 한 금융사에 신청하면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다른 금융회사로 바뀐 주소가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8월부터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신용정보원의 ‘주소 통보 업무’ 권한은 사라지게 됐고 서비스도 끝나는 상황이 됐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자사 고객에게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가 8월부터 종료된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카드사 등은 “일괄 주소 변경을 원할 경우 이달 말이나 8월 2일까지 주소 변경을 신청해 달라”며 “이후 주소 변동이 있으면 각 금융회사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주소를 바꿀 고객은 빨리 신청하라고 알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편의를 높여주던 서비스가 종료되는 이유는 뭘까. 금융 당국은 2016년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소 불일치로 인한 우편물 반송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 편의를 높인다는 이유였다. 시행 이래 월평균 3만건가량의 이용 건수를 기록해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이 민간기업의 서비스를 베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2004년부터 중소기업 짚코드가 KT와 함께 ‘KT무빙’이란 이름으로 주소 변경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금감원이 금융권 전체 주소 변경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면서 해당 기업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추혜선 정의당 전 의원은 “민간기업 서비스 베끼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을 이어왔고, 올해 초 통과된 데이터 3법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에서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신용정보원)의 ‘주소 변경의 통보 대행’ 업무 항목이 삭제됐다. 주소 변경 서비스가 4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이제 금융 소비자들은 개별 금융사가 민간업체와 제휴할 때까지 일일이 주소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의 대응이 미지근하다는 점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주소 변경) 비용이 큰 건 아니지만 업권별 협의 과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차선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소 변경 서비스를 시장 자율에 맡기니 잘 안 돼 공공기관이 나섰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