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현대차 ‘미래차 협력’ 새 성장동력으로 결실 맺기를

입력 2020-07-22 04:01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이달 초 시가총액에서 자동차 업체 중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은 세계 자동차산업은 물론 제조업 전체의 지각변동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내연기관 차가 막대한 전후방 연관효과로 주요 선진국에서 성장과 고용을 이끄는 핵심 산업이라는 건 상식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형 차는 통신 소프트웨어 배터리 전자 소재 등 여러 첨단기술과 서비스의 융복합이 필수적이어서 그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접목하면서 2018년 4조5000억 달러(5391조원)였던 자동차산업 총 매출액은 2030년 7조7000억 달러(9224조원)로 늘어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위생적이고 깨끗한 이동수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도 폭증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에서 미래차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미래차가 산업 지형을 바꾸는 태풍의 눈이 됐다.

최근 삼성 현대차 SK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집단 수장들의 연쇄 회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모임의 결과가 미래차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이 두 달여 만에 2차 회동을 했다. 이번 회동에는 지난 5월 1차 회동과 달리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부 핵심 경영진이 함께했다. 단순히 배터리 협력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차는 ‘바퀴 위의 컴퓨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크다. 이 점에서 차량 제조와 친환경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와 초일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삼성의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산업 간 융복합은 부진했다. 대기업집단 간 강한 라이벌 의식, 뿌리 깊은 계열사 체제 등의 영향이 작용했다.

이런 관성을 깨고 국내 기업 간 동맹 내지 기술 제휴의 물꼬를 튼 것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제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산업에서 제휴 협정을 맺더라도 성공하는 비율은 50% 이하다. 협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몇 번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 앞으로 두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부품사들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대기업 간 협업·협력을 북돋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