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냥 갈래?”
김선기(81) 전주 호남성결교회 원로목사는 2015년 마음을 스치는 질문 하나를 받았다. 하나님께 여쭤보니 “기도하라”는 답변이 왔다.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인생 후반부는 그냥저냥 접수하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전반부는 따질 게 있다고 하신 것 같았다. 34년간 사역한 목회 현장에서 은퇴한 그에게 하나님은 복음을 위해 젊은 시절 포기한 작가의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하셨다. 김 목사는 지난달 ‘문학과 의식’ 공모 장편소설 부문에 소설 ‘사랑행전’이 당선돼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경기도 광명 광명역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 14일 김 목사를 만났다. 중절모자를 쓴 그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연신 “하나님의 은혜로 소설을 썼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목사는 “2011년 은퇴 후 언제 하늘나라에 갈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며 “병치레를 몇 년 하다 호전된 뒤 2년 가까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읽을거리를 남기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문학도의 꿈을 이제야 이뤘다”고 말했다.
사랑의 스토리텔링에 복음을 덧입히고자 한 ‘사랑행전’은 표피적 언어가 아닌 근원적 언어로 이 시대에 사랑 이야기를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소설은 해방전후사를 거쳐 1960~70년대 불운한 가족사와 그 가운데 군대에 입대한 훈련병 공중원과 간호장교 현수현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후반부에선 연좌제라는 비운을 한 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어머니의 사랑도 덤덤하게 전한다.
4년 이상 소설을 집필한 그는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사람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매일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이 작품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며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님의 깊은 사랑이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나님이 건강을 허락하시는 한 계속 소설을 집필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단편 2편과 장편 1편을 더 쓰고 싶다”며 “이것도 하나님이 허락해주셔야 할 일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광명=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