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위해 포기했던 작가 꿈… 하나님 은혜로 이뤘습니다”

입력 2020-07-22 00:06
김선기 전주 호남성결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14일 경기도 광명의 한 카페에서 소설 ‘사랑행전’에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너 그냥 갈래?”

김선기(81) 전주 호남성결교회 원로목사는 2015년 마음을 스치는 질문 하나를 받았다. 하나님께 여쭤보니 “기도하라”는 답변이 왔다.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인생 후반부는 그냥저냥 접수하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전반부는 따질 게 있다고 하신 것 같았다. 34년간 사역한 목회 현장에서 은퇴한 그에게 하나님은 복음을 위해 젊은 시절 포기한 작가의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하셨다. 김 목사는 지난달 ‘문학과 의식’ 공모 장편소설 부문에 소설 ‘사랑행전’이 당선돼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경기도 광명 광명역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 14일 김 목사를 만났다. 중절모자를 쓴 그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연신 “하나님의 은혜로 소설을 썼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목사는 “2011년 은퇴 후 언제 하늘나라에 갈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며 “병치레를 몇 년 하다 호전된 뒤 2년 가까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읽을거리를 남기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문학도의 꿈을 이제야 이뤘다”고 말했다.

사랑의 스토리텔링에 복음을 덧입히고자 한 ‘사랑행전’은 표피적 언어가 아닌 근원적 언어로 이 시대에 사랑 이야기를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소설은 해방전후사를 거쳐 1960~70년대 불운한 가족사와 그 가운데 군대에 입대한 훈련병 공중원과 간호장교 현수현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후반부에선 연좌제라는 비운을 한 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어머니의 사랑도 덤덤하게 전한다.

4년 이상 소설을 집필한 그는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사람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매일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이 작품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며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님의 깊은 사랑이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나님이 건강을 허락하시는 한 계속 소설을 집필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단편 2편과 장편 1편을 더 쓰고 싶다”며 “이것도 하나님이 허락해주셔야 할 일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광명=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