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미국 내에서 제기됐다. 해외 주둔 미군의 역할을 국가안보보다 비용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결정한 것처럼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20일(현지시간) 이메일로 인터뷰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4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데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 가운데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로부터 만족할 만한 방위비를 받아내지 못하면 대선 이전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하더라도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배치된 미군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길 거부하고 있다”며 “그는 해외 주둔 미군을 이용해 마치 마피아처럼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발표한 것처럼 주한미군 일부 감축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위협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요구하는 협상 전술일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9500명을 줄이기로 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1일 “전 세계에서 미군의 주둔·배치에 대한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전후해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다.
4명의 전문가 중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만 유일하게 “단 한 명의 미군도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재배치 검토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검토 타이밍과 이 정보가 외부로 발표된 데 대해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가 이 시점에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겉치레 이유일 뿐 실제로는 동맹국으로부터 더 많은 방위비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면 미 국방장관이 미국에 안보 위협이 없음을 의회에 입증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전에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기 전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제동장치를 두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이러한 조항이 담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고, 올해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법이 주한미군 감축을 막을 수 있는 ‘대못’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행 NDAA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협의할 것’ 등 두 조건을 미 국방장관이 입증하면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