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스스로 나라를 지키는 것과 비슷하죠.”
서울 관악구보건소에서 의무사무관(의사)으로 일하는 손진달래(35·사진)씨는 반년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선별진료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관악구는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자치구 중 하나다. 선별진료소를 찾는 인원도 그만큼 많다. 접촉자를 분류해 검사하고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재빨리 격리하고자 애쓰는 일이 매일 반복된다.
검사가 필요한 접촉자가 무더기로 발생할 때는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속으로 근무해야 했다. 특히 서울에서만 30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왕성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땐 꼬박 2박3일간 선별진료 업무를 했다. 주말에는 관악구의사회에서 도움을 주러 오기도 했다. 손씨는 “70세가 넘은 의사선생님들도 고된 업무를 맡고 있다”며 “확진자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는 집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이 되면서 마음과 몸은 한층 더 고되다. 손씨는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일반 사람들이 지치는 만큼 의료진도 지쳤다”며 “희망이 보여야 버티는데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바이러스 변이 등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날은 더워지는데 (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끝을 모르는 지금의 상황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손씨는 밝은 목소리로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심적으로 한창 힘들던 때가 있었지만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터진 뒤로는 사실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며 “언제든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해야 할 일인데 거기에 내가 있으니 물러서지 않고 하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국민들이 스스로 나라를 지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 시기에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을 내가 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했다.
지역사회에서 이어지는 응원은 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선별진료소로 아이스커피나 아이스크림을 보내오는 일도 많고, 직원들이 토스트를 배달시킬 때 주소를 보고 가게에서 ‘수고가 많다’며 하나씩 더 넣어 주기도 했다. 손씨는 “사실 혼자 일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제일 무서운 건데 함께 버티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관악구보건소도 당분간 지역사회를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사투를 이어가야 한다. 손씨는 “왕성교회의 경우 일부 교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전수검사를 했지만 일반적으로 마스크만 잘 써도 접촉자를 줄이는 데 꽤 도움이 된다”며 “가족을 위해서, 주변을 위해서, 내 삶을 위해서 코로나19 앞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마스크를 쓰는 습관을 들여 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산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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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