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라고 하면 바다가 먼저 떠오른다. 매미성, 몽돌해변, 신선대, 바람의 언덕 등 유명한 거제의 여행 명소 상당수가 해안을 따라 줄지어 있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떠오른 명소들도 적지 않다. ‘인생샷’을 남기려는 연인과 가족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남부면에 있는 근포동굴이 핫하다. 한적한 어촌마을 동굴이 SNS 등에서 소문나면서 북적거리는 사진 명소로 부상했다. 경남도 선정 ‘신혼부부, 젊은 연인들을 위한 도내 웨딩 및 인생샷 촬영 핫 플레이스 17선’에 포함됐다.
마을에 들어서 오른쪽으로 가면 나타난다. 북북서쪽을 향한 동굴은 일제강점기 때 파놓았던 것이다. 1941년 일본군이 외지인 보급대를 동원해 발파작업 등으로 포진지 용도로 굴착하다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중단됐다고 한다.
에메랄드빛 청정 바다를 옆에 끼고 동굴로 다가서면 3개가 보인다. 해안 언덕 너머 2개가 더 있지만 접근이 쉽지 않다. 동굴 앞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동굴 안에서 보면 어두운 입구 너머로 푸른 바다와 흰 구름 두둥실 떠 있는 파란 하늘이 장관이다. 여기에 동굴 벽을 넣어 사람의 실루엣만 찍어도 신비감을 더해 준다. 특히 해 질 무렵은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다.
인생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은 다양한 포즈를 취한다. 그동안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일행은 배경에 보이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서 있다. 동굴 내부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연신 떨어진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물방울이 모인 얕은 물웅덩이는 근사한 반영을 만들어준다. 동굴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근포마을 인근에 저구항이 있다. 여객선터미널 주차장 맞은편 나지막한 언덕에 수국동산이 조성돼 있다. 언덕 위에 만들어진 데크길을 오가며 꽃을 구경할 수 있다. 절정의 시기는 지났지만 수국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초대형 벤치와 전망대 등도 설치돼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이곳에서 지난해 6월 말 제1회 수국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거제의 새로운 사진 명소로 일운면 구조라리 산 55번지에 위치한 구조라성(城)도 꼽힌다.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전방 보루로 축조된 포곡식 산성이다.
구조라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 ‘샛바람 소리길’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면 닿는다. 가는 길이 멋지다. 길 초입 울창한 신우대 숲이 깊고 어두운 터널을 이루고 있다. 터널을 벗어나 숲길을 지나면 구조라성에 닿는다. 복원된 성벽에 올라서면 거제의 바다와 섬, 해안선이 시원한 풍광을 펼쳐놓는다. 구조라마을의 서쪽에는 고운 모래를 갖춘 완만한 곡선의 해수욕장이, 동쪽에는 배들이 정박하는 항구가 있다.
동부면 구천리 구천저수지도 빼놓을 수 없다. 1987년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구천천에 구천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저수지다. 1018번 도로에서 완만한 길을 5분만 걸어 들어가면 숨겨진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좁은 바위로 이뤄져 위험했던 조망터에 지난해 펜스가 설치돼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여행메모
내비에 주소 검색… 무료주차 공간 이용
근포선착장 앞 해물 짬뽕 ‘신선·푸짐’
경남 거제시 근포마을 동굴을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에서 주소로 검색하는 것이 좋다. ‘남부면 저구리 450번지’다. 단순히 근포마을을 입력하면 헤맬 수도 있다. 근포항 곳곳에도 안내가 돼 있어 어떻게든 찾아갈 수는 있다. 구천저수지도 비슷하다. ‘구천댐’을 입력하면 댐에서 안내가 멈춘다. 댐의 상류에 해당하는 ‘삼거동 산 90-1’을 찾아가는 것이 낫다. 길 고갯마루에 닿으면 길옆에 차량 3~4대를 주차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이 있다. 구조라성의 경우 인근 구조라유람선터미널에 무료주차할 수 있다. 길바닥에 쓰인 ‘샛바람 소리길’ 표시를 따라가면 된다.
근포동굴 주변에는 무료주차 공간을 제외하면 식당이나 휴식 시설이 없다. 대신 ‘엄선장 짬뽕집’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근포동굴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근포마을 선착장 앞에 있는 중화요리점이다. 선장이 직접 잡아 온 싱싱한 해물을 고아 만든 육수 위에 막 잡은 낙지와 문어, 홍합, 게 등이 푸짐하게 얹혀 나온 짬뽕은 해물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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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