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 혈장공여 베테랑 간호사의 소망

입력 2020-07-22 00:05

지난달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권준욱 부본부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직원 5명이 현장 활동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뒤 혈장 공여 참여 의사를 밝혀줬다”며 “특별히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명화(사진) 분당구보건소 정신건강팀장은 주인공들 가운데 한 명이다.

신 팀장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쳐 이번 코로나19까지 대응하고 있는 베테랑 간호사다. 그러나 올해는 신 팀장에게 다소 힘든 한 해가 됐다. 분당 소재 한 병원에서 역학조사 업무 등을 하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신 팀장은 지난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구나 그렇듯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처음엔 당혹스럽고 놀랄 수밖에 없다”면서 “왜 걸렸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신 팀장은 가족을 먼저 챙겼다. 그는 “가족들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힘든 상황이어서 아이들에게 ‘엄마는 괜찮다. 치료 잘 하면 된다. 집에 가서 격리 잘 하고 있어라’며 다독였다”고 말했다.

그는 24일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증상이 심하진 않았지만 기침, 가래가 있어 기침약 등을 먹으며 코로나19와 싸웠다.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가 없어 두통이 나면 두통약, 기침이 나면 기침약을 먹으며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신 팀장은 “병실 밖에 나가지 못하고 먹는 것도 자유롭지 않다 보니 격리라는 것 자체가 심적 부담을 많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족도 걱정, 회사도 걱정, 모든 게 다 걱정이 된다”며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코로나19로) 확진된 분들은 모두 겪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완치된 뒤 동료 직원 4명과 함께 혈장 공여에 참여했다. 평소 빈혈기가 있어 혹시나 채혈이 불가능할까 우려해 철분제까지 챙겨 먹었다. 혈장 공여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4곳밖에 없고 그마저 수도권에는 고려대안산병원이 유일해 안산까지 가야 했다. 그는 “다른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혈장으로) 치료제가 개발되면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고 그만큼 코로나19 종식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이니 멀고 힘들어도 (확진자들이) 혈장 공여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들에게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쓰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 일련의 과정이 다소 귀찮겠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뒤따르는 고통과 어려움은 더 크다”며 “아직 코로나19 위험도가 높은 만큼 방역수칙을 잘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역경을 이긴 신 팀장은 이런 감염병이 또 발생해도 현장에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감염병이 터지면 보건소가 기본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내가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이상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