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한적한 2차로 시골길에 들어서자 수십여 마리의 개들이 활보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동차 경적을 울리면 대항하듯 더 크게 짖어댔다. 오랫동안 씻지 못한 듯 털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피부병으로 각질로 변해 붉어진 피부도 보였다. 몇몇은 털 대부분이 빠져있었다.
개들이 서식 중인 국방부 소유의 폐 교회 마당에 들어서자 10여 마리의 개들이 경계하며 짖었다. 심한 악취와 빠진 털, 소음으로 어지러웠다.
건물 안에도 10여 마리가 방치돼 있었다. 건물 안 개 밥그릇에는 물에 불어 터진 라면이 있었다. 건물 밖에는 비빔라면 수프 봉지들이 어림잡아 수천개는 모여있었다. 오랜 기간 개들이 라면을 주식으로 먹었을 것으로 보였다.
마을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한 주민이 이곳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개들을 모아 키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대혁 비암2리 1반장은 “목줄도 하지 않은 큰 개들이 밤낮으로 마을을 휘젓고 다녀 공포에 떨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이 기르는 닭 등 가축을 물어 죽이는 일도 있었다. 마을에 노인들밖에 없는데 물리기라도 하면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개들을 저렇게 방치하는 것도 학대”라며 “개를 데려와 키우는 사람이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소통이 안 된다. 이곳의 개를 처리하는 것이 마을의 숙원”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양주시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주시 관계자는 “최근에도 동물보호단체 민원이 제기돼 담당 직원이 현장을 점검했다. 단체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을 동물 학대로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과도 접촉했지만 이분이 소통이 어렵다 보니 처리가 힘들었다. 덫을 놓는 등 처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만큼 빠른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곳을 포함한 9곳의 무단점거 사항에 대해 소송을 진행 중으로, 1심에서 원고인 국가가 모두 승소했지만, 피고들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비암리의 경우 주민의 안전이 달린 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양주시와 경찰 등 협조를 구해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양주=글·사진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