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으로 다음세대·학부모 전도한다

입력 2020-07-22 00:03
경기도 고양 한빛교회가 지난달 개관한 ‘한빛 SF 영어도서관’에서 임정대 목사(뒷줄 왼쪽 네 번째)와 교사들이 영어책을 읽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빛교회는 영어도서관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다음세대 전도와 양육에 관한 교회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영어교육으로 답을 찾은 교회가 있다. 지난달 ‘한빛 SF 영어도서관’을 개관한 경기도 고양 한빛교회(임정대 목사)다. 교회는 영어도서관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교회 안의 다음세대를 양육하고 지역사회와 접촉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빛교회는 지난 3월부터 교회학교 성도들을 대상으로 영어도서관을 시범 운영한 후 지난달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원래 1학기 개학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개관이 연기됐다. 영어도서관은 영어에 관심이 있는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미현(40) 영어도서관장은 “60여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20명은 교회학교 성도, 40여명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라며 “방학이 가까워지면서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엔 일반 동화와 성경 동화 등 5000권 이상의 영어책이 구비돼 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도서관을 찾아 ‘세이펜’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영어책을 읽는다. 책에 펜을 갖다 대면 영어 동화를 읽어주는 방식이다. 교사는 옆에서 아이들이 정확한 발음으로 따라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SF영어도서관전도협회(대표 박규일 목사)에서 제공하는 7단계 커리큘럼으로, 6년간 1000권을 읽고 300권 이상을 암송하는 게 목표다.

영어도서관은 성도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경적 삶을 살도록 만들자는 교회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임정대(55) 목사는 성도들이 교회에서만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와 직장에서도 성경적 세계관을 갖고 성장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왔다. 교회는 영어도서관뿐만 아니라 학원도 운영한다. 대안학교 설립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임 목사는 “세상을 무시할 수 없지만, 성경은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목회자로서 가장 큰 고민”이라며 “아이들이 무방비로 세상에 나가는 게 아니라 신앙을 가진 교사에게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고 전도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임 목사는 “크리스천이 복음을 전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운 게 이질감인데, 지역사회의 학부모와 다음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어교육을 접점으로 삼으면 이질감을 줄일 수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오는 부모, 조부모 등 성도가 아닌 이웃에게도 전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도서관엔 20여명의 성도들이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아이를 도서관에 보내는 이강헌(41)씨는 “부모로서 가장 큰 고민이 영어교육인데 복음이 전해지는 교회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됐다”며 “저희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다음세대가 교회로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관장은 “교육은 소명의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들과 함께 기도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방식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개관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아이들도 재미있게 공부하고 학부모도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양=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